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Feb 10. 2023

요리 시험이 어때서

100개 글쓰기(21회 차)

새벽 일찍 일어나 만사를 제쳐두고 모의고사 예상문제를 풀었다. 한 달 전에 한국산업인력 관리공단에서 시행하는 '한식조리사 자격증' 필기시험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재취업할 생각은 안 하고 왜 갑자기 조리사 자격증 공부를 하냐"라고 묻는 지인들도 있다. 공대를 졸업하고 삼십 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밥벌이를 위해서 이를 악물고 아침마다 집을 나선 것이 대략 6,000번 정도는 된다.

 '한식조리사 자격증' 필기시험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평균수명 대로 산다면 아직도 30년 정도는 더 살아야 한다. 한평생 살면서 그래도 일 년 정도는 긴장감 없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요즘 아내 눈치를 슬슬 보면서 작전을 짜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요리를 배우고, 요리 자격증을 따고, 식당에서 알바를 하는 것이다.




작년부터 주말 요리학원을 통해 칼 잡는 법부터 시작해서 밥도 짓고 찌개 끓이는 방법도 배웠다. 하다 보니 총 5개 과정이나 수료했다. 매 과정마다 9번 정도 참석을 하고 수강시간이 4시간씩이니, 총 180시간을 요리실습을 했고 총  90여 가지의 요리를 만들었다. 물론 요리 만들기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조금씩 욕심도 생기도 재미도 느끼다 보니 요리 자격증을 도전했다.


수험서를 구입하자마자 바로 별다른 공부 없이  실전모의고사를 먼저 풀었다. 반도 맞추지 못했고 생소한 용어들이 너무 많았다. 식재료나 조리방법 등은 요리학원에서 일 년 동안 수강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했다. 하지만  생소한 용어들과 발음도 잘 되지 않는 식재료 성분이나 효소들, 독소들, 질병명등은 나의 의욕을 여지없이 꺾어버렸다.


수험서는 약 300쪽 분량이고 그 정도면 평소 소설기준으로 삼일이면 읽겠다 싶었다. 요약내용을 읽고, 문제를 풀고, 모의고사 10회 차 600문제를 풀고, 그러면서 메모장에는 모르는 용어들과 외워야 할 내용들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이과정을  두 차례 정도 반복하니 어느 정도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생소한 단어들은 나를 계속 괴롭혔고 머릿속에 박히지 않고 계속 맴돌다가 사라져 버리곤 했다. 그래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기에 합격점인 60점은 받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시험장에 입실하고 시험을 치렀다. 필기시험은 컴퓨터로 진행하다 보니 시험이 끝나면 시험결과를 단말기에서 점수와 함께 합격여부를 바로 알려준다. "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라는 글자가 스크린에 떴다.  다행이다.

"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 나를 힘들게 한 한식조리사 시험 용어들 (도대체 이게 어느 나라 말인가!!!)


   - 식품첨가제: 안식향산 나트륨, 구연산염, 황산알루미늄칼륨, 동클로로 필린나트륨, 질산칼륨, 규소수지

   - 식중독균: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황색포도구균, 클로스트리디움 보틀리늄, 바리설스 세레우스

   - 식물독: 솔라닌, 셉신, 시큐톡신, 아미그달린, 리신, 고시풀, 무스카린, 리코린, 테물린, 에르고톡신

   - 동물독: 테트로도톡신, 베네루핀, 삭시톡신

   - 유해성 금속: 구리, 아연, 카드뮴, 수은, 납, 비소, 주석, 미강유중독

   - 발암성 물질: 니트로소아민, 벤조피렌, 메탄올, 트리할로메탄, 다이옥신

   - 곰팡이 독: 아플라톡신, 오크라톡신, 루테오스키린, 시트리닌, 아스란디톡신, 시트리오비리딘

   - 세균: 디프테리아, 백일해, 결핵, 성홍열, 폐럼, 나병,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콜레라, 파상풍

   -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천연두,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폴리오, 유행성 감염, 광견병, 에이즈

   - 탄수화물: 글루코스, 플루토스, 갈락토스, 수크로스, 말토오스, 락토오스, 펙틴, 글리코겐

   - 지방: 팔미트산, 스테아린산, 뷰티르 산, 리놀레산, 리놀렌산, 아라키돈산, 올레산

   - 단백질: 클리시닌, 알라닌, 발린, 루신, 이소루신, 트레오니, 글루탐산, 글루타민, 리신

   - 비타민: 티아민, 시아노코발리 민, 아스코르빅산, 레티놀, 칼시페롤, 토코페롤

   - 식물성 색소: 클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니, 클로로필, 카로티노이드, 라이코펜

   - 동물성 색소: 미오글로빈, 헤모글로빈, 카로티노이드, 아스타잔틴, 헤모시아니, 멜라닌

   - 효소: 아밀라아제, 수크라아제, 말타아제, 락타아제, 펩신, 펠티다아제, 트립신, 리파아제, 레닌

시험을 끝내고 근처에서 커피한잔


   


매거진의 이전글 캠핑요리, 연어말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