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지난주 면접을 보러 갔던 서울 기술교육원으로 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재취업을 위해서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기술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에 면접을 보러 갔었다. 작년 말로 퇴직을 하고 재취업을 위해 채용사이트를 열심히 들낙거리고 있지만 관련업종의 구직이 거의 없다.
수입자동차 업계의 경영사정이 안좋은 데다가 나이도 중년을 넘기다 보니 경력에 맞는 일자기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 이다. 그렇다고 멍하니 실업급여 나오는 동안 집에서 네플릭스 시리즈를 보면서 하루종일 시간을 탕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전 직장의 경력과 업종을 고집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운 시프트(down shift)'를 하기위해 기술교육원 '관광조리과'에 원서를 지원하고 면접을 거쳤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서울 기술교육원의 모든 프로그램의 수업료는 서울시민에 한해서 무료도 제공된다. 추가적으로 점심식사와 실습 재료비까지 공짜이다. 그러다 보니 예상외로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학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인기가 좋은 관광조리학과의 경우에는 보통 합격율이 5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지원자 2명중에 1명만이 합격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격은 했지만 조금 걱정은 된다.
총 5개월 과정(3월~7월)이고 주 5일(월~금), 매일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7시간의 강행군을 해야 한다. 시간으로 따지면 약 700시간을 음식 조리 이론을 공부하고 실습에 참여해야 한다. 수업이 끝나지 전까지 한식, 일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지금은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인생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하나씩 최선을 다해 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일들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무슨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기술교육원에 십 년 전쯤에 방문한 적이 있다. 자동차 정비를 배우고자 하는 수강생을 위한 자동차 관련 특강을 강의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나의 자동차 정비업계 30년 경력만 본다면 '관광조리학과'의 수강생으로 지원 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정비학과'의 교수로 지원하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인생 2막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보고 싶었다.
어느 칠순의 노인에게 무엇이 후회되냐고 물었더니 10년 전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했다면 벌써 10년 동안 전문가가 되었을 것이었는데 도전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음식을 이해하고 요리를 배운다는 것이 객관적으로는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주관적으로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