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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16. 2023

뭉쳐야 산다

한천(양갱)과 젤라틴(젤리)

친구들 모임에 가면 항상 삐딱한 놈들이 있다. 만나기만 하면 회사, 사회, 주변인물들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불평을 하는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만나면 티격태격 서로 잘났다고 우기다가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결국 모임이 헤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 사이에 희한하게도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친구 한두 명으로 인해서  친구모임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친구사이에 그런 특별한 친구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음식에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한천'과 '젤라틴'이다. 한천은 바다에서 사는 홍조류인 우뭇가사리를 동결건조해서 만든 식물성 원료이고 젤라틴은 동물의 가죽과 뼈로 만든 동물성 원료이다.  양갱, 젤리, 마시멜로우, 아이스크림 등에 응고성 원료로 한천과 젤라틴이 사용된다.

양갱, 젤리, 마시멜로우, 아이스크림 등에
응고성 원료로 한천과 젤라틴이 사용된다.


등산을 가면 산행 중에 힘이 부칠 때 행동식으로 '쵸코렛'이나 '양갱'을 가져간다. 만약 냉장고에 두 가지가 모두 있다면 나는 '양갱'에 손이 간다. 언제부터인가 딱딱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이 나를 편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선호식품인 양갱을 조리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했다. 한천을 물에 불리고 녹이고, 팥앙금, 소금, 설탕, 물엿을 넣어주면 끝이다.


 다만 한천을 가량 물에 불리고 약불에서 서서히 녹이는 것이 요령이다. 요리 선생님은 딱딱하게 굳은 시범 양갱을 몇 개 별모양 틀에 플레이팅하고 나머지를 먹기 좋게 수강생 수만큼 잘랐다. 갑자기 수강생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부드럽고 달콤한 팥의 풍미가 입안을 감싸고돈다. 점심식사 후의 후식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좌] 양갱   [우] 한천




어린 시절에 기억되는 문방구점에서 팔던 '젤리'는 눈깔사탕을 빨던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신세계였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어린 시절 질겅질겅 씹던 젤리가 아닌 말캉말캉한 젤리를 선호하게 됐다. 그렇다고 마트에 갈 때마다 젤리를 사지는 않지만 뷔페에 갈 일이 생기면 후식으로 꼭 챙겨 먹기는 한다. 그런 젤리(jelly)에 콜라겐이 열에 의해 변형된 젤라틴(gelatin)이 식품재료로 활용 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오늘의 젤리는 오렌지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이층짜리 젤리이다.  위층에는 오렌지주스, 젤라틴, 설탕으로 만들어지고 아래층은 오렌지주스, 젤라틴, 플레인 요구르트, 휘핑크림(식물성 생크림)으로 만들어진다. 액체인 오렌지 주스가 젤라틴을 만나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 과연 뭉쳐서 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콤달콤한 맛이 봄 햇살과 함께 오늘을 행복하게 해 준다.

[좌] 오렌지 젤리  [우] 판 젤라틴 (사진제공: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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