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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18. 2023

내 칼이 생겼다

숫돌에 칼 갈고 채썰기

중국 무협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여배우 장만옥이 출연한 <신용문객잔,1992년>이다. 무협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늘 칼싸움이다. 연약하게 보이는 여자 주인공이 거친 상대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칼'이다. 때로는 상대를 죽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위험에서 지켜내기도 한다.


며칠 전 네플릭스에서 본 <더 글로리,2023년>에도 '칼'에 관련된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송혜교(문동은역)가 이도현(주여정 역)의 서랍을 열자 여러 종류의 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수술용 '메스'에서부터 복수를 위해 사용될 거 같은 커다란 흉기처럼 보이는 칼까지 여러 종류의 칼들은 상반된 다양성을 보여준다. 최근에 구입한 내 칼은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칼이다 보니 다행히도 사람을 살리는 쪽이다.




'피카소, 단조, 후렌치나이프, 210mm, 국내산, 몰리브덴 바나듐강'은 칼을 설명해 주는 문구이다. 후렌치 나이프(French knife)란, 독일에서 유래되었고 셰프나이프(chef's knife)라고도 하고 본래 쇠고기 덩어리를 자르고 관절을 분리하는데도 사용되는 만능 주방칼이다. 새로 구입한 칼의 날을 세우기 위해 숫돌을 사용한다. 칼을 갈기 전에 숫돌을 십여분 정도 물속에 넣어 물을 머금게 한 후에 칼을 간다.


한식용 칼인 경우에 바깥날을 70% 수준으로 안쪽날을 30% 수준으로 갈아야 한다. 식재료를 자를 때 주로 바깥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큰일을 앞두고 "몇 날 며칠을 칼을 갈았습니다."라는 표현을 쓴다. 나도 조리사 시험(한식,양식,중식)을 앞두고 실제로 칼을 간다. "슥삭, 슥삭, 슥삭" 칼을 갈면서 비장한 마음이 든다. 독립운동을 하려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칼의 첫 사용은  '양배추, 무, 당근'을 채 써는 것으로 시작했다. 길이는 8cm, 두께는 0.1cm x 0.1 cm 가 오늘의 미션이다. 아직은 칼을 쥔 오른쪽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간다.  왼손으로는 재료를 단단히 잡고 엄지와 손가락 끝을 오므린채 손가락 두 번째 마디와 칼의 옆면이 밀착이 되면서 밀어썰기를 한다. 생각만큼 부드럽게 잘리지가 않는다. 앞테이블의 주부 30년 차 수강생은 양배추, 무 채 썰기를 마치고 당근까지 썰고 있다.


나는 그제야  삐쭉빼쭉 양배추 썰기를 마무리한다. 채를 써는 방향은 결방향으로 썰어야 한다고 한다. "엉, 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하고 있다가 무를 썰면서 겨우 이해했다. 오늘 미션을 마치고 품평회를 한 후에 갑자기 실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듯하다. '채썰기'를 숙달하기 위해 한 달 정도 매일 칼을 갈고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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