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엠티 가는 기분으로

100회 글쓰기(29회 차)

by 소채

요즘도 엠티(MT. Membership Training, 대학생 단합대회)라는 단어를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엠티 가는 기분으로 내비게이션에 '충청북도 청주시'를 입력하고 경부선 고속도로를 달렸다. 원래는 옛날 학생 때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진짜 엠티 가는 기분을 내보려고 했는데 친구 A는 하얀색 포르쉐 SUV를 타고 집 앞까지 와서 나를 픽업했다.


오늘 만남의 목적은 친구 B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 가서 저녁 식사도 하고 함께 숙소에서 실컷 옛날이야기도 하기 위한 1박 2일 번개 모임이다. 2년에 한 번씩 지역을 바꿔가며 근무를 하는 친구 B는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도에서 청주시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집이 경기도라서 주말부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시간 되면 청주에 한번 놀러 오라"고 하던 차였다. 다행히 평일 시간이 돼서 단출하게 세 명이서 의기투합을 한 것이다.




"스물일곱, 스물여덟, 스물아홉~"

'윗몸 일으키기'를 시간 내에 하나라도 더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윗몸 일으키기가 끝나고 '오래 달리기' 순서가 왔다. ROTC(학군사관후보생)가 되기 위해 지원을 하고 체력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학군단 연병장에서 토하기 직전까지 뛰었다. 친구 A, 친구 B 와 함께 세명 모두 연병장을 달렸다. 군입대를 장교로 입대하기 이를 악물고 달렸다. 물론 체력만 좋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2학년까지의 성적등을 종합판정하여 선발되었다.


'친구 A는 합격, 친구 B와 나는 불합격' 통보를 받고 그 다음해 친구 B와 나는 각각 육군 훈련소로 입대했다. 머리 박박 밀고 신병훈련소에서 군기바짝 들어 쥐어터지면서 지옥체험을 할 때 저 멀리 반대쪽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훈련받으러 온 장교후보생 무리에 끼여있는 친구 A를 발견했다. 밤에 몰래 친구 A가 전해준 초코파이를 화장실에서 몰래 허겁지겁 먹던 불쌍하고 처량했던 훈련소 신병시절이었다.




점심시간 즈음에 '명장복국(비하점)'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친구 B가 타고 온 하얀색 인피니티 SUV 옆에 차를 주차하고 식당 안쪽 룸으로 들어갔다. 바로 몇 주 전에 서울 모임에서 보긴 했지만 그래도 지방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기본 반찬들과 함께 복껍데기 무침이 푸짐하게 제공되었다. 기분 같아서는 낮술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친구 B는 점심식사 후에 바로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야 하고 친구 A는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귓가에는 '혼술'과 '낮술'이 차례로 메아리 쳤다. 복튀김에 복불고기까지 제공되었고 다 먹은 복불고기 국물에 볶음밥이 조리되었고 마지막으로 복국까지 나왔다. 총 4가지 코스가 스페셜 정식으로 인당 만칠천 원이라니, 가성비가 최고였다. 엠티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날짜 한번 맞춰보자"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학준비를 할 때였다. 친구 B는 LG상사 미국 주재원으로 근무를 했고, 삼성전자를 다니던 친구 A는 미국 출장이 잡혀 함께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뭉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일정이 안 맞아 며칠 차이로 나랑 친구 B랑만 그곳에서 식사를 했고 친구 A는 따로 며칠 뒤에 LA시내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친구 A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따로 친구 B를 만났다고 했다. 대학시절 영어공부를 위해 몰려다녔던 3명이 졸업하고 몇 년 뒤에 그 먼 미국땅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했도 운명 같기도 했다. 저녁 노을 지는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잘 익은 랍스터를 안주로 미국 쿠어스 맥주 한잔 했어야 했는데, 아직도 그 부분이 아쉽기는 하다.




점심식사 후에 친구 A와 함께 시내 근처의 우암산(338m) 트래킹을 위해 충추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박물관 바로 뒤편이 우암산이라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 정도 걸려 쉬엄쉬엄 정상에 올랐다. 멋지게 지어진 이층짜리 팔각정에 올라 신선한 산공기를 마음껏 흡입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산 후에는 일을 마친 친구 B를 만나 숙소에 짐을 풀고 인근에 있는 충북대 캠퍼스 카페 이층에 자리를 잡았다.


유리창 너머 스무 살 남짓 학생들을 보며 우리들의 캠퍼스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한시간 가량 수다를 떨었다. 느낌상으로는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 믿겨지질 않는다. 해가 떨어지고 어둑 해질 무렵 숙소 근처 닭갈비 맛집에서 '느린 마을 막걸리'와 함께 가볍게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가는길에 마트에 들러 몇 가지 야식거리를 샀다. 그렇게 우리들의 '엠티(MT)'는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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