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남산 꼭대기 커피숍

100회 글쓰기(25회 차)

by 소채

서울시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 최고인 커피숍은 어디일까. 남산 N타워에 가끔 간 적은 있지만 그곳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을 안 지는 얼마 안 되었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대학모임에서 올해 첫 모임으로 '남산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서울 중앙에 위치한 남산(262m)은 높이가 높지 않아 주위에 야외활동으로 남산트래킹을 제안하면 대부분 별 부담 없이 오케이 한다.


지난번 모임 때는 관악산 자운암 능선의 바위를 타고나서 약간의 원성을 듣었던 터라 이번에는 가볍게 트래킹을 제안했다. 남산 N타워 정상에 올라가는 방법은 차를 가져간다면 회현동 방면 안중근 기념관 쪽의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반대편인 동국대 방면 국립극장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지하철 4호선 회현역이나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수월하다.

서울시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 최고인 커피숍은 어디일까.



며칠 전부터 단체 카톡방에 일정을 게시했다. 들머리는 회현역 3번 출구에서 만나 안중근 기념관을 거처 남산 정상에 올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국립극장 쪽으로 내려와 순환둘레길을 거쳐 다시 남대문시장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일요일 아침 10시에 모였다. 희한하게도 항상 도착순서는 멀리에서 출발한 사람순이다. 용인시에 사는 친구가 제일 먼저 왔고 강남 친구가 제일 늦게 도착했다.


지하철역을 출발해서 남산 중턱의 기념관까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 길은 언제 걸어도 가슴 뛰는 곳이다. 왜냐하면 나의 어린 시절과 청춘을 보낸 고향 동네길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기억 속의 옛 모습이 중간중간 떠오른다. 외가댁 쌀가게였던 건물을 지나고 거의 20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도 지나쳐 (구) 어린이 회관 앞 113개 계단을 올랐다.


기념관 위쪽에는 예전에 분수대와 동물원(1971~2006), 식물원(1968~2006)이 있었지만 현재는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으로 바뀌 있다. 과거의 동물원과 식물원은 흔적이 없고 전시관 기둥에 걸려있는 옛날 사진 속에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나는 이곳 분수대를 지날 때마다 어린 시절 분수대옆 커피숍에서 쌍화차에 날계란을 깨어 넣어 마시던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꼬맹이가 오십 년이 지난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같은 공간을 지나간다. 남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그다지 숨이 차지 않는다. 팔각정을 지나 N타워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목적지인 스타벅스 커피숍을 찾아 들어갔다. 벌써 자리가 꽉 찼다. 빈자리가 없어 조금 쌀쌀하기는 하지만 야외 테라스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따뜻한 커피로 막걸리를 대신했다.


하산길은 예정대로 국립극장 쪽으로 둘러 내려가 남산순환도로를 따라 걸었다. 따뜻한 봄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겨울날씨 치고는 포근한 편이라서 상쾌한 남산의 정기를 받으며 한참을 걸었다. 총걸음수를 확인해 보니 거의 만 이천보 정도가 되었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생각해 두었던 아동복 골목의 식당은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어 차선책으로 남대문시장에서 유명한 갈치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여러 갈치전문점 중에서도 유난히 줄이 길게 늘어선 식당을 골라 줄끝자락에 섰다. 삼십 분 정도가 지나서야 식당 안으로 입장했다. 들어가면서 시킨 주문이 2층에 앉자마자 나오는 음식들, 역시 50년 전통의 맛집이라서 다르긴 다르다. 편안한 친구들과의 일요일 여유 있는 트래킹, 건강을 위한 시간과 더불어 어린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도 함께 담아간다.

건강을 위한 시간과 더불어
어린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도 함께 담아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