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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15. 2023

봉성 돌담집, 여긴 제주

제주도 유채꽃 필 무렵

제주도에서 아주 오래된 고택에서 2박 3일을 머물렀다. 언제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어림잡아서 백 년은 넘는 시간 동안  누군가의 땀과 눈물과 웃음이 머물렀을 거 같은 오래된  집이다. 그런 제주도의 고택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주 빈집 재생 스타트업' 회사에 의해 새롭게 탈바꿈했다.


숙소는 제주도 북서쪽,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조용한 마을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전혀 관광지의 느낌이 없다. 짧은 기간이지만 머무는 동안 관광을 온 사람이 아니라 제주도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마을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캐리어를 '드드드' 끌고 한참을 걸어서 문이 없고 돌담으로 둘러싸인 집을 마주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딸아이가 근무하는 회사를 통해서 '봉성돌담집'을 예약하고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를 방문했다.


작년  '올레길 한 달 걷기' 동안에는 주로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숙소는 왠지 특별한 느낌이 든다. 골목 입구에 심어진 동백나무에 활짝 핀 빨간 동백꽃, 돌담집 입구에서 마주한 검은 돌로 차곡차곡 쌓인 담, 집안 마당에 꾸며진 푸른 잔디 그리고 하얀 벽과 붉은 지붕이 나를 세상으로부터 분리시켜 준다.  


세콤을 해제하고 도어록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온갖 고급진 가전제품과 가구들 그리고 천장의 서까래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폴더식 유리새시를 완전히 접고 거실 식탁테이블에 앉으니 커다란 정원이 내게 다가와 정원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웰컴 기프트에 포함되어 있는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고 드립으로 내리니 은은한 커피 향이 온 집안에 스며든다.


낮에 사둔 케이크로 저녁식사 겸 생일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아내와 딸아이의 생일이 3월 말이다 보니 조금 당겨서 별이 쏟아지는 제주도 밤하늘 아래에서 촛불을 켰다. 그 어느 해보다도 기억에 남을 날이기를 기대해 본다. 케이크를 먹고 뒤뜰에 있는 노천 '자꾸지'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밤공기는 찼지만 뜨거운 물과 야외 조명, 그리고 돌담과 나무로 둘러싸인 은밀한 곳에서 몸을 깊숙이 담그고 나만의 세상에 빠져본다.




제주 먹거리를 위해 '이춘옥 원조 고등어 쌈밥(김치찜)', '쉬리니 카페(케이크)', '홍 회장 보말칼국수(수제비)', '숙성도(삼겹살)', '금능샌드(샌드위치)', '새들러 하우스(크로플)'가 추천되었다. 가족모두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추천하다 보니 남녀노소 취향이 모두 섞였다. 머무는 동안 매 끼니마다 풍성한 식사를 하다 보니 허리살이 늘어나는 소리가 들렸지만 못 들은 척하고 긴장감을 완전히 풀었다.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렌트한 차량을 활용해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항두피리 유적지'에서는 활짝 핀 노란 유채꽃과 함께하고 '금능 해수욕장'에서는 하얀 모래를 밞기도 했다. 둘째 날 아침 일찍 '곶자왈 도립공원'에서는 때아닌 비를 맞기도 하고 오후에는 '수월봉'과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기념관'도 방문했다. 그리고 마지막날엔 '사계해변'에서 인생샷을 찍기도 했다.


짧은 여행기간이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고맙다, 딸! 앞으로도 이런 여행 또 기대할게 그리고 Happy birth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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