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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n 14. 2023

새벽 선물

사랑스런 딸로 부터

새벽에 일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실 식탁에 집중했다. 식탁위에 놓여있는 종이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잠이 들깨긴 했지만 어둠속에서 종이가방에 손이 닻는 순간 두툼한  느낌이 책인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서둘러 화장실에 들러 세수를 하고 방으로 들어와 꾸러미의 정체를 확인했다.


띠지가 붙어있는 책 3권이다. 딸래미가 함께 읽으려고 퇴근길에 사온 것이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것들, 박찬일, 2021년>, <상실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2014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2023년> 을 책상위에 펼쳐두고  어느것을 먼저 읽을 것인지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져본다.  


박찬일 작가의 책은 요즘 급관심이 생긴 '요리'라는 주제 때문에 '글쓰는 주방장 박찬일'을 알게 되면서 골라 놓은 책이고, 퀴블러 로스의 책은 독서클럽에서 이번달 함께 읽는 책이라서 필독서 개념으로 챙겼다. 마지막으로 장하준 작가의 책은 책읽는 친구의 리뷰가 흥미롭다는 이유에서 찜해놓은 것이다.




'딸바보' 라는 말이 새삼스럽지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가 아직도 5살 꼬마 아이처럼 내 맘속에 자리하고 있다. 아니 솔직히 내 책상 위에는 딸아이의 꼬맹이때 해운대에서 오빠와 함께 찍은 사진이 붙어있다. 그 사진이 왜 거기 붙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사진을 보고있으면 마음이 20년 전으로 돌아가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올해 초에 딸아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직원들 복지차원에서 운영하는 제주도 돌담집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딸자식 덕분에 비행기 타고 제주도를 다녀오다니 옛말이 틀린게 없다. 자녀들이 어릴때는 내가 다니던 직장을 통해 호텔 숙박이나 뷔페도 이용하고 함께 여행을 다녔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이이들 덕분에 여행도 하고 책도 읽고 럭셔리 뷔페도 간다. 자녀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게 대견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어려운 시기에 취업해 줘서 고맙고, 부모 챙겨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도 이제 모두 직장생활하고 있으니 생활비(월세)는 좀 냈으면 좋겠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어려운 시기에 취업해 줘서 고맙고,
부모 챙겨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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