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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29. 2023

만두부인 만만세

만둣국

만두소에는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사람마다, 지역마다, 국가마다 다르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만두 속재료는 옛날 중국무협영화 <신용문객잔, 1992년>를 보고 나서다. 중국의 국경지대에서 여관 겸 식당을 운영하는 객잔에서 자꾸 사람이 실종된다. 한편 그 식당의 만두가 유난히도 맛있다고 소문이 난다. 요즘시대로 보면 SNS의 '핫플 맛집'인 것이다.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만두소에 대해 끔찍한 상상이 연계되었다.


만두의 시작은 서기 200년 중국기원설이 지배적이고 한반도로 전해진 이후로 한국의 만두에는 두부가 필수재료가 되었고 당면과 김치를 즐겨 사용하는 맛으로 발전되었다. 특히 중국과 가까운 이북지역에서 만두를 많이 먹었고 설날에는 만둣국을 먹었다. 반면 남쪽지역은 설날에 떡국을 먹었고 중간지대인 서울, 경기지역은 떡과 만두를 함께 먹는 떡만둣국을 먹었다. 나도 어린 시절 항상 떡만둣국을 먹었다.




전국의 100대 명산을 등산하기 위해 미니버스를 렌트해서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새벽에 사당역에 모여서 서울을 출발해서 지방에 위치한 산을 원정하게 되면 버스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만두와 찐빵을 먹곤 했다. 그런 날에는 나는 늘 찐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물론 고기를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나의 속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찐빵의 단팥과 말랑말랑한 찐빵의 식감이 좋았다.


새벽 버스에서 만두와 찐빵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회원 중에 만두집을 운영하는 회원이 매번 챙겨 왔기 때문이다. 나는 속으로 그녀의 닉네임을 '만두부인'이라고 지었고 만두를 먹을 때마다 베풂과 나눔에 고마워했다. 만두부인은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거의 매일 많은 만두를 만들다 보니 스스로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만두 만드는거, 그거 쉽지 않나~'라는 쓸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은 금세 무너졌다.




밀가루 9큰술, 물 3큰술, 소금을 넣고 반죽 후 비닐봉지에서 숙성을 시킨다. 육수를 만들기 위해 소고기 조각, 대파, 마늘을 잘라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불을 줄이고 거품은 걷어내고 면포에 걸러 별도의 그릇에 담아 둔다. 숙주는 소금물에 데치고 짜서 다지고 두부는 면포에 물기를 짜서 으깬다. 돼지고기는 잘게 다지고 김치는 깔끔한 맛을 위해 속을 씻어내고  다진다. 준비된 속을 큰 그릇에서 후추와 마늘, 파를 넣고 잘 섞어 둔다.


고명으로 지단과 미나리초대를 마름모 모양으로 만들어 준비한다. 밀가루 반죽을 동그란 도넛모양으로 만들고 한쪽을 절단한 후에 팔등분으로 자른다. 등분된 덩어리를 동그랗게 환모양으로 만들고 밀대로 한쪽방향으로 위아래로 밀고 다시 방향을 바꿔 만두피를 만들어 낸다. 마음은 동그랗지만 실제는 찌그러진 사각형에 가깝다. '젠장, 마음대로 안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속을 채워 넣고 엉성하게 생긴 만두가 완성된다.


그나마 시간이 모자라서 육수에 끓이지도 못하고 대충 용기에 담아 집으로 가져간다. "아뿔싸!" 집에 도착하니 용기 속의 만두들이 서로 쫙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겨우 달래서 분리하다 보니 속이 여기저기 터졌다. 아내에게 SOS를 청하고 만둣국 대신 만두를 쪄서 먹는 걸로 급변경했다. 다행히 만두는 먹을만했지만 만두부인이 만들어 준 맛에서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갑자기 만두부인이 우러러 보였다.


[좌] 요리 선생님이 만든 만둣국 (내가 만드거 아님 !!!)  [우] 레시피 <한국조리, 엄유희,  2018년, 파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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