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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28. 2023

오이 '갑장과'를 아시나요

오이 숙장아찌

"우리는 한 끼를 먹어도 반찬이 40가지는 넘어! 이 시벌놈들아!"  


영화 <황산벌, 2003년, 이준익 감독>에서 거시기(이문식 배우)라는 백제병사가 신라군들과 벌이는 '욕싸움'중에 호남 음식자랑을 하던 장면이다. 서기 660년 백제가 멸망하기 전 신라와 당나라의 공격에 마지막 방어선이었던 황산벌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백제의 계백장군(김중훈 배우)은 김유신(정진영 배우)에게 패하고 백제가 멸망하게 된다.


장아찌의 역사를 찾아보면 상고시대(삼국시대 이전) 때부터라고 한다. 추정하건대 영화에서 말한 40가지 반찬 중에는 대여섯 가지의 '장아찌'가 포함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아찌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먹기 시작했으며 특히 백제 지역 내에 있는 호남에서  장아찌가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왠지 황산벌 전쟁 중에도 병사들은 무말랭이 장아찌를 박아 넣은 주먹밥을 먹으면서 전투를 했을 거 같다.




'장아찌'는 한자로 '장과(瓜)'라고 하며 식품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한 방법으로 간장, 고추장, 된장등에 넣어서 장기간 보관하는 방법이 생겨나고 발전하게 되었다. 장아찌에는 '짭조름한 맛'과 '아삭아삭 씹는 맛'이 있다. 한 끼도 밥이 없으면 못 사는 우리 조상들에게 장아찌는 반찬 구실을 하는 중요한 식품이었다. 장아찌는 날로 먹는 채소라면 대부분 만들 수 있지만 수분이 많고 섬유소가 적은 것은 적합하지 않다.


많이 사용하는 채소는 마늘, 마늘쫑, 깻잎, 무, 오이, 풋고추, 더덕, 도라지, 고춧잎, 무말랭이, 배추속대 등이 있다. 장아찌(장과) 중에 익혀서 만들었다고 하여 '숙장과(熟醬瓜)'라고 하며 갑자기 만들었다고 해서 '갑장과'라고도 한다. 장아찌는 만들고 나서 1년 정도 지나야 제맛이 난다. 하지만 오이장아찌는 없는데 갑자기 오이장아찌가 먹고 싶을 때나 갑자기 손님이 방문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오이 숙장아찌(오이 갑장과)'이다.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오이, 표고버섯, 소고기만 있으면 된다. 오이는 단면을 자세히 보면 동그랗기보다는 세모에 가깝다. 오 센티미터 정도의 오이를 길이 방향으로 오이씨를 제외하고 삼각형의 변과 평행하게 잘라내고 0.5cm x 0.5cm 크기로 기다랗게 썰어 소금에 절인다. 소고기와 표고버섯은 주재료인 오이보다는 작게 0.3cm x 0.3cm로 썬다.


소금에 절인 오이는 물에 씻어 면포에 넣어 손으로 짜는데, 이때 너무 힘을 주면 오이가 상하기 때문에 주의한다. 소고기와 표고버섯은 불고기 양념(간설파마 후깨참)이 소고기에 완전히 베이도록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하지 않고 손으로 충분히 주물러준다. 볶는 순서는 오이, 소고기, 표고버섯으로 하되 오이는 살짝 볶고, 소고기는 완전히 익힌다. 볶은 재료를  섞고 실고추와 참기름을 넣고 무쳐주면 끝난다.


아삭아삭 짭조름하게 씹히는 맛이 여름날 입맛 없을 때 물 말아서 먹으면 '한 그릇 뚝딱' 비울 거 같다.


* 참고) 오이 뱃두리 : 서울 향토음식으로 오이를 소고기와 볶아먹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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