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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14. 2023

동태야, 넌 어디에서 왔니

동태찌개

명태를 꽁꽁 얼린 생선을 '동태'라고 부른다. 40년 전(1980년)만 해도 동해에서 연간 15만 톤이 어획되었으나 15년 전(2008년)부터 어획량은 '제로(zero)'가 되었다. 최근에 연간 20~30만 톤의 명태는 머나먼 동토의 나라 러시아로 부터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오늘 만난 동태는 일명 'Mr. 태스키'로 러시아 연해에서 포획되어 머나먼 여정을 거쳐 마침내 조리과 실습실을 끝으로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명태는 변신의 귀재이다.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명태의 가공품으로는 대표적으로 북어(꺼내 말린 것), 동태(겨울에 잡아서 얼린 것), 황태(잡아서 얼리고 말리는 것을 반복), 노가리(어린놈을 말린 것), 명란젓(명태의 알)이 있다. 그 밖에도 코다리(반쯤 말린 것), 먹태(황태를 만들다가 색이 검게 변해버린 것), 짝태(1달 동안만 건조한 것), 깡태, 백태, 골태, 봉태라고도 불린다.




동태 손질은 비늘제거에서부터 시작한다. 왼손으로 꼬리를 잡아들고 칼등으로 꼬리방향에서 머리 쪽으로 훑어내 린다. 콧등과 배쪽의 비늘을 집중적으로 제거하고 지느러미를 살이 안 터지도록 조심스럽게 가위로 잘라낸다. 한식 조리기능사에서는 배를 가르지 않고 내장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옆지느러미 아래쪽을 기준으로 대가리를 절단하고 내장을 꺼낸다. 생선 해체 작업이 낯설다 보니 긴장을 멈추지 않고 집중한다.


손끝에 닿는 축축한 생선 내장의 느낌은 그다지 썩 내키지는 않는다. 요즘은 생선가게 아저씨가 대신 다 해주지만 직접 생선 손질을 하니 왠지 미스터 동태스키를 보내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는 거 같은 뿌듯함은 있다.  창난은 속을 훑어 씻고 간과 함께 챙기고 쓸개와 다른 내장들과 좌우 아가미 두 쌍도 가위로 절단하고 내장을 감싸있던 검은 막도 제거하고 토막 내고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낸다.




무, 두부는 사각으로 0.8cm, 애호박은 반달모양으로 0.5cm 두께로 썬다. 풋고추, 홍고추는 어슷 썰어 물로 씨를 빼고 쑥갓과 실파는 4cm 길이로 자른다. 찌개의 양념은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으로 만든다. 고추장과 고춧가루의 비율은 3:1, 마늘과 생강의 비율은 2:1이다. 만약 무심코 다진 마늘과 세트라고 생각하는 다진 대파를 넣으면 요리조리기능사 '생선찌개'는 탈락이니 주의해야 한다.


미리 우려낸 육수를 냄비에 붓고 양념장을 풀고, 끓으면 잘 익지 않는 순서대로 넣는다. 생선대가리와 무를 먼저 넣어 익히고 생선토막, 애호박, 두부, 풋고추, 홍고추 순으로 넣는다. 끓일 때 생기는 거품은 걷어내면서 소금으로 간을 하고 실파, 쑥갓을 넣고 마무리를 하고 그릇에 담아내면 끝이다. 잘 우러난 국물 맛이 자주 가던 동태찌개 맛집의 맛과 얼추 비슷하다.


얼큰한 동태찌개에 소주 한잔이면
나는 벌써 러시아 연안 오츠크 해의 바람을 가르는
한 마리의 날쌘 명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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