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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17. 2023

벗기고 싶다

동태 전

벗겨 본 사람이 잘 벗긴다. 생초짜가 능숙하고 스무스하게 잘 벗기면 이상하게 생각할만 하다. 지난번에 난생처음 벗기려고 노력을 했지만 끝까지 버티는 바람에 내 마음도 너덜너덜 해졌다. 마음은 벌써 다 벗겨놓고 다음단계를 생각하지만 손이 덜덜 떨리고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호흡만 가빠진다. 물론 벗긴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벗겨 본 사람이 잘 벗긴다.


어찌 보면 그다음 단계들이 더 중요하고 최종적으로는 뽀얗고 노란 화장을 시키고 뜨거운 접촉이 있어야 클라이 맥스에 도달하게 된다. 너무 뜨거워지면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은근하게 달궈야 한다. 최종 단계를 마치면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braham Harold Maslow)가 말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고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아내를 졸라서 동네 시장에 갔다. 보통은 저녁 찬거리를 사기 위해 아내의 요구로 할 수 없이 따라가던 내가 이번에는 반대로 먼저 가자고 했다. 그 이유는 '동태'를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조리실습 시간에 한식 조리기능사를 대비해서 오전에는 '생선찌개'를 오후에는 '동태 전'을 실습했다.


생선찌개는 어느 정도 따라 하기가 가능했지만 '동태 전'은  '세장 뜨기(윗살, 중간뼈, 아랫살)'에서 완전히 페이스를 잃었다. 결국 생선살은 너덜너덜해지고 어찌어찌해서 제출한 동태 전은 크기도 작고 모양도 볼품이 없었다. 실기시험 탈락 위기감을 느껴서 유튜브를 뒤져서 '동태 손질하는 법' 동영상을 보면서 놓친 부분을 확인했다.




수도를 살짝 틀어놓은 상태에서 칼로 꼬리 쪽에서 머리를 향해 비늘을 긁어 제거하고 모든 지느러미를 가위로 잘라주고 대가리를 옆지느러미 바깥쪽으로 잘라낸다. 잘나 낸 대가리는 매운탕거리로 별도 보관하고 동태 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몸통만 사용하기 때문에 몸통 안의 내장을 제거하고 배 쪽 부분을 항문까지 칼로 절단한다.


세장 뜨기를 위해 생선을 세로로 두고 왼손 바닥으로 살을 당겨주고 눕혀진 칼로 등 쪽 중앙선에서 왼쪽 0.5cm 지점을 머리에서 꼬리까지 저며준다. 배 쪽 부분도 같은 요령으로 저민 후에 생선을 눕히고 잘려진 몸통면의 생선뼈 위쪽을 스치듯이 관통해서 윗살 부분을 도려낸다. 아랫살 부분도 같은 요령으로 도려내면 세장 뜨기가 완성된다.


내장부위의 갈비뼈 부분을 져며 도려내고 껍질제거를 위해 생선을 사선으로 눕힌다. 왼손으로 꼬리를 잡고 꼬리 부분부터 칼로 살짝 져며서 껍질이 보이는지 확인하고 쭈욱 끝까지 밀어 올린다. 지난번 껍질을 벗길 때는 요령이 없어 살이 너덜너덜해지고 뜯기듯이 작업을 해서 해체 후의 생선살이 형편없었는데 이번에는 면이 말끔하게 처리되었다.


아랫살 뭉터기도 같은 요령으로 껍질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주고 면포로 물기를 제거한다. 여기까지 오면 4x6cm 크기로 포를 뜰 최종 준비작업이 끝난다. 포를 뜨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으로 하고 밀가루, 계란물을 묻히고 약불에서 노릇노릇하게 지져낸 후에 완성접시에 담아내며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은 잘 벗어줘서 고맙다. 동태야!

오늘은 잘 벗어줘서 고맙다. 동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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