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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18. 2023

국민 생선

생선양념구이(조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는 어류는 고등어, 명태, 오징어이다. 매년 순위는 바뀌지만 이들 3가지 중에 한 가지가 항상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국민 생선은 '조기(助氣, 기운을 북돋워 줌)'이다. 서해에서 주로 잡히는 조기는 제사나 차례상에 반드시 올려왔고 잔치상에도 빠지지 않았다. 조기를 소금에 말린 것이 '굴비(非, 비굴하지 않게 살겠다는 유래)'이다.


국민 생선은 '조기'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자주 먹는 생선은 고등어이지만 일 년에 한두 번씩 날 잡아서 보리굴비를 먹으러 행주산성 보리굴비집을 가는 걸 보니 조기가 국민 생선이라고 일컫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물론 사람마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나라마다 좋아하는 대표생선이 있다. 중국 사람은 잉어, 일본 사람은 도미, 미국 사람은 연어, 프랑스 사람은 넙치, 덴마크 사람은 대구, 아프리카 사람은 메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조기를 조리하는 방법은 조기국, 조기 양념구이, 굴비구이 등이 있지만 한식 조리기능사에서는 '생선양념구이'로 조기를 만날 수 있다. 며칠 전에 만난 어른 팔뚝만 한 동태의 크기에 비하면 손바닥 크기 만한 조기가 다소 왜소해 보이기도 하고 만만해 보여 속으로 '이까짓 거 뭐~'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리 사부님은 이번 메뉴의 난이도를 '상'이고 해서 의아했다.


배를 가르지 않고 내장을 꺼내야 하고, 꺼낼 때 속에서 내장이 터지지 않아야 하고, 구울 때 껍질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고, 석쇠에 살점이 붙어서 손상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만큼 수험자들이 실수를 많이 한다는 뜻이다. 품평회 때 제출된 생선 양념구이를 배를 갈라보니 반정도가 내장이 남아 있고 익지 않은 생선살들이 상당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칼등으로 비늘을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긁어 제거하고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가위로 잘라낸다. 오른쪽 아가미를 통해서 젓가락을  넣어서 원통 방향으로 '벽을 훑듯이 휘감아 돌려서' 내장을 모두 제거한다. 젓가락으로 좌우로 '왔다, 갔다' 해서는 내장이 남게 됨으로 주의해야 한다. 무심코 왼쪽 아가미를 통해서 젓가락을 넣게 되면 생선의 옆쪽면이 손상될 수 있음으로 반드시 오른쪽 아가미를 통해 넣어야 한다.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생선의 등 쪽에 잘 익도록 세 번 칼집을 양쪽에 내고 생선살이 단단해지라고 소금을 뿌려둔다. 석쇠에 구울 때는 참기름과 간장을 3:1로 만든 '유장'을 고루 바른 후에 초벌구이를 한다. 이때 충분히(80프로 수준) 익혀줘야 한다. 앞뒤면을 돌려 구울 때 생선의 입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는 것으로 확인하면서 구워야 한다. 생선살 속의 수분이 내장이 있는 공간을 통해 입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초벌구이한 생선은 미리 만들어 놓은 고추장 양념을 손으로  매만지듯이 골고루 바르고 다시 석쇠에 올려서 타지 않게 은근하게 굽는다. 접시에 담을 때는 생선의 머리는 왼쪽, 꼬리는 오른쪽, 배는 앞쪽으로 오도록 담아서 제출해야 한다. 반대로 담으면 안 된다. 제사상에는 위치가 반대이기 때문이다. 시험 감독관이 죽은 조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접시에 담을 때는 생선의 머리는 왼쪽,
꼬리는 오른쪽, 배는 앞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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