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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21. 2023

에고, '죽'됐네

장국죽

한식조리기능사 실기시험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처음엔 아내에게 삼식이라고 구박 안 받기 위해 '밥 짓기'라도 배워볼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 일이 점점 커져서 자격증 시험까지 도전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시작한 일이니 끝은 봐야 한다는 심정으로 31가지 시험에 출제될 요리들을 배워나가고 있다. 매일 새로운 요리를 배워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몸의 오감을 활성화시켜서 하루하루가 긴장과 재미가 섞인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매번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마다 '요린이' 답게 한두 가지씩의 과정을 누락시켜 항상 5프로 부족하다. 지짐 누름적에서는 계란물을 재료의 옆면에 바르지 않아서 떨어져 나가고, 오징어 볶음은 칼집을 깊숙이 넣지 않아서 오징어살이 밋밋하게 만들고 오늘은 장국죽의 불린 쌀을 밀대로 빻지를 않고 바로 냄비에 넣어 죽이 제대로 익지를 않고 냄비 속의 물과 밥알이 따로 놀고 죽도 제대로 안 익어 "완전 죽됐다!!!"

"완전 죽됐다!!!"



죽의 종류에는 쌀을 통으로 쑤는 죽(옹근 죽), 쌀알을 굵게 갈거나 빻아서 쑤는 죽(원미죽), 완전히 곱게 갈아서 쑤는 죽(무리죽, 비단죽) 등이 있다. 오늘 조리한 장국 죽은 중간형태인 원미죽이다. 죽과 비슷한 음식으로 범벅, 미음, 응이가 있다. 범벅은 옥수수, 호박, 고구마를 주재료로 콩이나 팥 또는 곡물가루를 주 재료로 하고 콩, 팥, 곡물가루를 섞어 되직하게 끓인 것이다.


미음은 죽보다 더 묽은 상태이고 응이는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농도로 곡물의 전분을 물에 풀어 끓여서 익힌 것이다. 장국 죽은 쌀을 불리고 싸라기 정도로 빻고 표고버섯과, 소고기를 함께 쑥 죽으로 독특한 향과 소화가 잘돼서 이유식, 노인식, 병원회복식, 수험생 영양식으로 적합하다. 간장으로 간을 한 잘게 썬 맑은 소고깃국을 '장국'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죽을 쑨다고 해서 장국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두꺼운 그릇에 불린 쌀을 담고 밀대를 세워 편평한 면으로 쌀알을 부숴 반정도 으깬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이다. 잊지 말자, '장국죽 이면 으깬다, 으깬다'를 머릿속에 되새긴다. 소고기는 다지고, 표고버섯은 채를 썰어 불고기 양념(설탕제외, 간파마후깨참)으로 버무린다. 습관처럼 소고기를 채를 썰어서는 안 된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와 표고버섯을 볶은 다음 부수어 놓은 쌀을 넣고 흰쌀알이 반투명이 될 때까지 볶는다.

잊지 말자, '장국죽 이면 으깬다, 으깬다'를
머릿속에 되새긴다.

쌀의 6배 정도의 물을 붓고 센 불로 끓이면서 불순물 거품이 올라오면 거둬낸다. 죽이 끓으면 중불로 줄여 뚜껑을 닫고 끓인다. 끓이는 중간에 가끔 나무 주걱으로 저어주면서 불을 낮추고 죽이 잘 퍼질 때까지 끓이는데 이때 나무주걱을 넣은 채로 방치해서는 감점이니 주의해야 한다. 죽이 잘 퍼지면 국간장으로 색을 내고 간을 해서 그릇에 담는다. '시험장에서는 죽 쑤는 일이 없이, 제대로 죽을 만들어야겠다.'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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