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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22. 2023

제발 화합 좀 합시다, 탕평채처럼

탕평채

'탕평채'는 '탕평책'이라는 정책에서 유래 했다. 요리의 이름이 거창하다. 조선시대 영조 때 당파에 관계없이 골고루 인재등용을 하는 '탕평책(1728년)'을 만들고, 서로 잘 화합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탕평채'이다. 탕평채에 들어간 '김'은 북인의 검은색을, '미나리'는 동인의 푸른색을, '쇠고기'는 남인의 붉은색을, 주재료인 '청포묵'은 서인(노론,서론)의 흰색을 상징했고 여러 재료들은 잘 버무려져서 고급진 궁중요리로 재창조된다.


'탕평채'는 '탕평책'이라는 정책에서 유래 했다.

재료들이 잘 버무려져 맛을 내듯이 당파 간에도 화합을 하자는 의미이다. 당파싸움에 머리가 지근지근 아팠을 리더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조정을 이끌어 가고자 했던 영조의 마음을 잘 드러낸 요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과연 그 음식을 먹고 대신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추측건대 대부분 임금의 마음은 헤아렸겠지만 당파싸움은 멈추지 않고 임금에게 개기던 자들은 여전하였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조리의 시작은 '겨데육주' 순으로 한다. '겨'자 발효할 재료가 있는지, '데'쳐야 할 것이 있는지, '육'수를 끓여두어야 할 것이 있는지, 없으면 '주'재료를 손질해야 한다. 데쳐야 할 재료는 3가지(청포묵, 숙주, 미나리)나 된다.  주재료인 청포묵을 6cm(두께 0.4cm)로 썰어 흰색이 반투명색으로 될 때까지 가볍게 데쳐내고, 찬물에 헹구고 채를 떨어 물기를 빼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양념한다.


청포묵을 썰고 데쳐야 하는지, 뭉텅이로 데치고 썰어야 할지 헷갈릴 때가 있지만 얇게 썰어야 하기 때문에 데치기 전인 어느 정도 딱딱한 상태에서 먼저 썰어야 한다. 데치고 나면 부드러워져서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며칠 전부터 썰기 굵기가 규정보다 두껍게 썰어서 요리 사부님으로 부터 지적을 받은지라 온 신경을 집중해서 최대한 얇게 썬다. 먹을때 국수처럼 '후루루' 입속으로 빨려 들어갈수 있게 한다.


숙주는 거두절미(머리와 꼬리 부분을 떼어냄) 하고 끓는 소금물에 데치고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짜서 소금과 참기름으로 유장처리한다. 미나리도 다듬어 끓는 물에 데치고 찬물에 헹군 다음 5cm로 잘라내고 양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소고기를 채 썰어 '간설파마 후깨참' 양념으로 재워두고 고명으로 사용될 지단을 먼저 프라이팬에 백지단, 황지단으로 붙여내고 소고기를 볶아낸다. 김도 바싹하게 굽고 비닐속에서 부숴둔다.


초간장으로 재료를 버무린 후 청포묵을 넣고 살짝 섞고 접시에 담아낸후 김을 평평하게 올리고 그 위에 지단을 올린다. 지단의 길이는 부재료보다 작은 4cm이나 재단할 때는 약간 여유 있게 채를 썰고, 다 썬 다음에 흩터진 지단채를 모으고 양쪽을 잘라 단정하게 마무리해야 제출한 요리의 전체 이미지를 깔끔하게 해 준다. 잘 버무려진 탕평채 한 그릇을 여의도로 배달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잘 버무려진 탕평채 한 그릇을
여의도로 배달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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