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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2. 2023

같은 고기, 다른 음식

육회

언제부터 날것을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고기를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 소고기는 보통 익혀서 먹지만 날 것으로도 먹는다. 바로 '육회'라고 하는 음식이다. 불이 발견되기 전에는 모든 먹거리를 익혀먹지 못했으므로 곡식을 생으로 먹고 육류나 어류를 날 것으로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이 발견되고부터는 익혀먹는 것이 소화면에서도 위생면에서도 우월했기 때문에 음식은 그렇게 발전되었다.  

소고기는 보통 익혀서 먹지만 날 것으로 먹는 방법이 있다.
바로 '육회'라고 하는 음식이다.

가까이 있는 나라지만 음식문화에 있어서 극명하게 차이가 있다. 중국은 모든 음식을 익혀서 먹는다. 육회이건 생선회이건 모두 익혀서 먹는다. 반면에 일본은 생선회가 일상화되서 날 것으로 생선을 먹는 것을 즐긴다. 우리나라는 개인 기호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생선회도 좋아하고 육회도 즐겨 먹는다. 유럽사람들은 육회를 거의 먹지 않지만 독일에는 칭기즈칸이 유럽원정(1240년경) 때 전해진 '타르타르 스테이크'라는 서양식 육회가 있다.



과거에는 날 것으로 먹는 생선회(鱠)와 육회(膾) 구별해서 사용했지만 지금은 구분 없이 '회'라고 한다. 회는 크게 날로 먹는 '생회'와 살짝 데쳐서 먹는 '숙회'로 구분되고 생회는 다시 생선회(생선), 육회(소고기), 갑회(처녑, 양, 간, 콩팥)로 구분된다. 그리고 숙회는 어채(생선을 녹말에 묻혀서 끓는 물에 데침), 해물숙채(오징어 문어), 강회(실파, 미나리, 두릅등 채소를 데쳐서 상투모양으로 감음)로 세분화된다.


지금은 채식으로 음식을 먹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육회를 즐겨 먹었다. 종로 5가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순희네 빈대떡과 마약김밥으로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바로 시장통 좁은 골목사이에 있는 '육회골목'이다. 그중에서도 '자매집(1974년)'은 부친이 나에게 소개를 해주고 또 나는 자녀들에게 소개를 해준 3대에 걸친 최애 육회집이다.아직도 가끔 방송에서 육회가 나오면 그 집의 시그니쳐 메뉴 '육탕이(육회와 낙지를 반반)'생각 나곤 한다.




요리실습시간에는 사부님의 시연을 설명과 함께 마치고 각자 따라 하기를 한다. 평소에 즐겨 먹던 육회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본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즐거웠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고기는 생각처럼 잘게 썰리지 않았고 하단부에 깔아야 하는 배의 채 모양은 하나같이 짧고 둥글고 양도 모자랐다. 고기과 배 사이에 놓이는 마늘 편도 삐뚤빼뚤 볼 품이 없다. 다른 수강생들의 결과물은 나름 반듯한 모양의 완성그릇을 제출했다.


며칠이 지난 후에 유튜브를 통해서 천천히 분석을 해보니 '육회 만들기'의 몇 가지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었다. 소고기의 결은 반대로 썰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결'과 직각 방향으로 썰어야 먹을 때 '툭툭' 끊어져서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사실 결방향에 대한 이해가 안 되었다가 주말에 동네 정육점에서 홍두깨살 300그람을 6 등분해서 구입하고 몇 가지 실습을 통해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배 썰기'이다. 배의 씨 부분을 과감하게 길이 방향으로 절단하고 양 끝을 5cm를 남겨두고 잘라내야 한다. 평소처럼 씨 부분을 도려내는 순간 망친다. 잘라낸 배를 채를 썰때도 둥근 부분은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내가 실습한 '육회'가 망친 이유가 분명했다. 오늘 조리시간에는 '육회'가 복습으로 예고되어 있다. 오늘은 기필코 성공을 기대해 보면서 두가지를 되새겨 본다. "소고기는 '결'과 반대로, 배의 씨부분은 잘라낸다."

"소고기는 '결'과 반대로,배의 씨부분은 잘라낸다."


[사진] (좌) 1차 실습 (4/12)  (우) 2차 실습(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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