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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14. 2023

키가 커지는 콩나물

콩나물밥

"엄마, 미역 먹으면 어디에 좋은 건가요?"

생일날이면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미역국을 먹으면서 꼬맹이는 물어보았다.

"응, 그건 피를 맑게 해 준단다."


꼬맹이는 그 옆에 반찬으로 함께 밥상 위에 오른 콩나물 무침을 보면서 또 물어본다.  

"엄마, 그럼 콩나물은 또 어디에 좋은 건가요?"  

"콩나물은 키가 쑥쑥 커지게 해 주지~"

어머니는 내가 먹기 싫어하는 음식이 몸에 어떻게 좋은지 항상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미역국도 콩나물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다 보니 밖에서 점심시간에 미역국이나 콩나물이 반찬으로 제공되면 남들보다 더 많은 양을 식판에 담아 먹는다. 잔반을 남기는 일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피를 맑게 해 주고 키가 커지게 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까만 비빔밥을 만들고 난 후 며칠간 밥 짓기를 연습하고 나서야 더 이상 밥을 태우지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 조리 실습실에서 밥 타는 냄새가 나면 다른 수강생들이 다들 나를 쳐다보긴 해도 말이다. 그럼 나는 강력히 부인한다. "나, 아니야~". 어찌 되었든 이제는 더 이상 밥을 태우지 않는다. 콩나물밥도 밥 짓기는 어는 정도 자신이 생겼다.


콩나물밥은 밥을 익힐 때 껍질과 꼬리를 제거한 콩나물과 양념한 소고기를 밥 위에 올려주면 된다. 다만, 콩나물에 물기가 있다 보니 물을 평소보다 적게 넣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난의도가 높은 요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긴장을 놓을 정도는 아니다. 첫 번째 결과물은 다행이었지만  두 번째는 뜸이 안 들어 품평회 시간까지도 뚜껑을 덮어 놓아야 했다. 세 번째는 소고기에 간장 양념이 많이 베어 밥이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익어버렸다.




불린 쌀은 물기를 빼고 조리컵으로 양을 재고 동량의 물의 개량하고 거기서 두 큰 수저 정도의 물을 빼고 준비한다. 냄비에 불린 쌀을 넣고 깨끗이 손질한 콩나물을 밥 위에 올려주고 그 위에 양념한 소고기를 뭉치지 않게 분산시켜 올려준다. 이때 소고기는 결대로 곱게 썰어서 살짝 유장처리하고 파와 마늘을 넣는다. 평소 다른 요리에서처럼 불고기 양념을 하면 절대로 안된다. 밥에 설탕, 후추, 깨소금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쌀, 콩나물, 소고기가 냄비에 얹혔으면 이때 미리 개량한 물을 붓고 밥을 짓는다. 중불로 끊이다가 거품이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이고 '타닥타닥' 소리가 나면(사실 소리가 잘 안 들려서 시간상으로 약 5분간 약불에서 조리하고 난 후 바로 실행) 뚜껑을 열고 주걱으로 밥을 저으면서 확인한다.


밥을 냄비 한쪽으로 밥을 몰아넣고 수분이 많으면 불을 조금 더 줄이고 수분이 적으면 아예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혹시라도 타거나 들 익을지 모르기 때문에 생긴 나만의 과정이다. 혹시라도 밥 짓기 후반에 밥이 타더라도 사분의 일만 타게 하라는 요리사부의 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뜸이 다 들면 소고기와 콩나물을 고루 섞어서 완성그릇에 담아낸다. 오늘도 콩나물밥 먹고 키를 좀 더 키워보자.


[사진1] 왼쪽부터 1차시도(4/10),  2차시도(5/8), 3차 시도(5/13)
[사진2] 품평회와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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