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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19. 2023

탕수육, 중국요리 맞나

탕수육 (탕추러우)

동네 중식당에 가면 탕수육을 먹을 수 있다. 그럼 중국에 가면 오리지널 탕수육을 먹을 수 있나? 대답은 "No"이다. 중국에는 '탕수육'이라는 요리가 없다. 탕수육은 짜장면과 더불어 K-중식의 대표적인 요리이다. K-중식은 중국음식이 국내에 들어와 한국화 된 중국요리를 말한다. 물론 중국에서 건너온 음식이라서 비슷한 요리는 있다.


중국 북경과 산동지역에서는 '탕추리지'라는 요리가 있다. 등심부위를 손가락처럼 긴 모양으로 잘라 전분 반죽을 묻혀서 튀겨 걸쭉한 소스와 함께 먹는다. 하지만 국내산 탕수육처럼 양파, 오이 등의 야채가 들어가지는 않는다.  한국식 중화요리는 19세기말 산둥성 출신 화교들이 건너와 개점한 청요리집에서 출발했다는 설이 유력하기 때문에 한국식 탕수육은 '탕추리지'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한국식 탕수육은 '탕추리지'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국식당거리에는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이 많다. 식당을 찾는 손님 중에는 중국인들도 있지만 인근지역에서 중식을 먹으러 오는 현지인(한국인)도 많다. 중국식당 주인의 말에 따르면, 입구에 들어서는 손님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요리 주문을 하는 스타일을 보면 단번에 구분이 된단다.


만약 4명의 손님이 있다면, 중국사람들은 요리를 4~5개를 주문해서 나눠먹는다. 반면에 우리는 각자 식사(짜장면 또는 볶음밥)를 주문하고 요리를 1개 정도 주문한다. 음식문화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열에 아홉은 '탕수육'을 주문한다. 메뉴판에는 해파리냉채(전채요리), 난자완스(튀김요리), 경장육사(볶음요리)등도 있지만 탕수육만 고집한다. 탕수육에 대한 사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탕수육에 대한 사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일등 중식요리인 '탕수육'을 내 손으로 직접 조리를 했다. 기술교육원에서 3개월간 한식과정이 끝나고 중식과정이 시작하는 첫날 메뉴로 '탕수육'이 소개되었다. 새로운 과정을 시작하다 보니 주로 사용하는 양념통들도 한식과는 다르게 세팅되었다. '후추', '깨' 대신에 '청주', '식초', '전분'으로  양념통에 대체되었다.


조리사부의 시범 이후에 각자 자리에서 중식도를 처음 잡고 야채를 썰어본다. 칼이 묵직하다. 한식에서는 칼끝으로 세밀하게 자르던 마늘도 중식에서는 '툭 툭 툭' 뒷날로 쳐내린다. 야채(오이, 당근, 대파)와 돼지고기도 숭덩숭덩 잘라서 접시에 담긴다.


돼지고기 밑간은 진간장, 청주로 하고 달걀흰자(1/2T), 앙금녹말(6T)을 넣어 되직하게 반죽해서 2번 튀겨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튀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바삭해진다. 한식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녹말(감자 전분가루)이 등장했다. 앙금녹말은 녹말을 물에 섞어 가라앉는 전분덩어리를 말한다. 앙금녹말은 일반녹말을 사용하는 것보다 '겉바속촉'을 만들어 준다.


탕수소스(물 1C, 진간장 1T, 흰 설탕 4T, 식초 2T)물녹말(물 1T, 녹말가루1T)을 준비하고 팬에 오일을 두르고 양파, 당근, 목이버섯 순서로 볶는다. 여기에 탕수 소스를 붓고 끓으면 물녹말을 조금씩 넣어 농도를 확인 후에 튀긴 돼지고기를 넣고 완두콩을 넣고 완성접시에 담아내면 끝이다. 친근한 탕수육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고 나서 문자로 조용히 물어본다. "탕수육 시킨 신 분"

 "탕수육 시킨 신 분"


[사진] (좌) 품평회  (우) 레시피(중식 조리기능사 실기, 2014년, 박지형외)
[사진] 돼지고기 대신 표고버섯과 계란을 넣은 '탕수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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