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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5. 2022

동네 뒷산, 관악산

서울 관악산 (미소능선,성묘능선)

산행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한다. 얼마전 까지는 '100대 명산' 인증을 위해 전국의 산을 누비고 다녔다. 100번째 마지막 산행을 하고 나서는 주로 서울 인근의 산을 오른다. 특히 집에서 가까운 관악산은 주말에 '브런치 산행'으로 오르는 나의 단골 산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방배역에서 한 정거장인 사당역에 내려 김밥 한 줄과 막걸리 한 병 사 들고 관음사를 들머리로 능선까지만 오른다. 미리 찜해놓은 나만의 명당 에서 등산용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편안한 음악을 듣는다. 자연과 함께 산위에서 소박하지만 우아한 브런치를 즐긴다.


관악산에는 여러가지 등산코스가 있다. 사당을 들머리로 연주대까지 올라 과천 쪽으로 내려가는 종주를 하기도 하고, 서울대 정문쪽에서 올라 정상을 찍고 과천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과천 종합청사를 들머리로 등산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특히 백패킹을 시작하고 나서 과천에 있는 문현폭포는 몇 차례 백패킹을 시도했던 코스였다. 폭포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물이 많고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줄 백패킹의 명소로는 딱인 것이다. 얼마 전에는 문현폭포를 거쳐 육봉 능선코스로 정상까지 겨우겨우 바윗길을 오르기도 했다.


등산 밴드에서 모처럼 관악산 산행 안내 일정이 올라와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참석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 보니 백패킹 밴드에서 이미 정모가 있었고 거기도 오랜만에 참석하고 싶어서 이미 한 달 전에 한발 걸쳐 놓았던 걸 잠시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1박 2일짜리 백패킹을 포기하고 관악산 미소 능선 산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래도 밴드 가입 후 첫 산행이었던 지난번 북한산 합궁 바위 산행 때보다는 몇 사람 아는 얼굴들이 있어서 조금은 편해졌지만 그래도 완전 신입회원인 지라 약간의 긴장과 설렘은 여전히 나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등산 동행자들은 정부과천청사 역에서 9시 30분에 모여서 들머리까지 한참을 걸어서 이동했다. 들머리 입구에서 바로 등산을 시작하고 첫 번째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 본격적인 등산에 앞서 자기소개하고 스트레칭 후에 산행은 시작되었다. 등반대장은 편안한 등산길에서 약간 벗어나 바위들이 대부분인 성묘능선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계속 마주친 급한 경사도의 바위를 헉헉거리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장단지가 터질 거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악착같이 선두를 따라 붙었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생뚱맞은 바위산 위의 돌탑에 조그마한 돌멩이도 올리고 개인적 목표도 살짝 빌어보았다.


원래 계획에는 성묘 능선이 없었으나 등산대장의 급작스러운 코스변경으로 본의 아니게 바위 타는 경험을 했다. 다음에 혼자 와서 성묘 능선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성묘 능선의 끝자락에서 예전의 절터처럼 생긴 백패킹하기에 안성맞춤의 장소를 발견했다. 텐트 10동은 충분히 피칭할 수 있는 평평하고 넓은 곳으로 다음번 백패킹 산행을 위해 찜을 해두었다. 절터를 지나 하산을 하니 문현폭포 하단부인 정경택 바위와 마주하게 되었다. 문현폭포를 관람하고 다시 살짝 내려와 미소능선이라고 표시된 곳으로 다시 등산이 시작되었다.

미소능선에는 바위길이 많았다. 산에서의 바위길은 대부분 우회길이 있으나 가능하면 바위길을 통해 올랐다. 초보자에게는 어려워 보이는 바위길은 등산대장이 직접 시범을 통해서 배워나갔다. 같이 동행한 누군가가 '미소 능선보다는 썩소 능선인 거 같다.'라는 농담도 했다. 그만큼 힘듦의 정도가 남보다 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미소 능선의 끝자락인 국기봉을 지나 횃불 바위(촛대 바위라고도 함)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산은 케이블 능선을 통해 여유 있고 안전하게 구세군 건물 옆으로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자주 다니던 관악산이 오늘은 새로운 관악산으로 내게 다가왔다. 앞으로는 좀 더 우리 동네 산, 관악산을 사랑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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