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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5. 2022

동네 이쁜산, 청계산

서울 청계산 (돌문바위, 매바위, 매봉)

" 선배님, 주말에 뭐하세요? 등산가실래요?"

몇 년 전에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후배가 오랫만에 연락에 와서 산행을 제의한다. 술약속은 가능하면 거절하지만 등산 약속은 가능하면 같이 하려고 한다.나이차이가 있음에도 선뜻 산행을 제의한 것은 그 후배와 몇차례 백패킹 산행을 같이 하고나서 부터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고 하던데 눈 예보까지 있었다. 춥다고 안가고, 눈 온다고 안가면 언제 산행을 하겠냐 싶어 같이 가까운 곳에 가벼운 코스로 가기로 했다.


청계산은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말이면 사람들로 뭄비는 서울 인근산이다. 특히 지하철역이 개통되고 부터는 접근성이 좋아져서 코로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등산을 시작하는 들머리는 사방 팔방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청계산역을 통한 원터골 입구가 등산객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고 나도 차량을 가져가지 않으면 주로 원터골 입구를 들러리로 잡는다. 그곳은 내가 산행전에 들러 어묵 한꼬지 먹고 막거리와 돼지머리 편육을 사가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의 코스는 원터골~ 길마재~깔딱고객~헬기장~돌문바위~매바위~매봉(582M)으로 편도 2시간 코스이다. 출발시간이 아침 8시이니 휴식시간 포함하면 하산 목표시간을 대략 11시 30분 쯤으로 잡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서 하의는 우모 등산복에 상의도 몇 겹 껴서 입고 핫팩에 장갑도 2개나 챙겼다. 겨울산행이라서 두꺼운 등산복으로 몸이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최근 체중 감량으로 인해 후배와 나는 모두 전보다 훨씬 가벼운 발거음으로 찬 겨울의 산공기를 가르며 중간 쉼터인 헬기장에 도착했다.


잠시 숨도 돌리겸해서 보온병에 챙겨온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글루와인' 을 한 잔씩 따라 마셨다. 계피와 레몬 향이 와인에 묻어 그윽하고 따스한 액체가 목안으로 넘어오면서 온 몸에 온기가 퍼졌다. 프랑스어로는 '뱅쇼(Vin Chaud)' , 독일어로는'글루바인(Gluhwein)', 미국에서는 '뮬드와인(Mulled Wine)' 라 불리는 글루와인은 독일 산간지방에게 겨울에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와인에 여러가지 과일과 계피를 넣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전날 독일인 사장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며 전 직원에게 선물한 것을 챙겨온 것이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 가기전에 돌문바위가 있다. 이곳은 청계산의 명소중에 하나이다. 바위를 돌면서 소원을 기원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이다. 첫번째 바퀴를 돌면서 ' 글쓰기 100일 달성'을 두번째 바퀴를 돌명서는 ' 회사생활 1년 더 하기'를 마지막 바퀴에는 ' 채식생활 유지하기'를 빌었다. 들머리를 출발한지 2시간 정도 만에 청계산의 정상인 매봉에 도착해서 인증사진을 찍고 바로 하산을 준비했다. 오늘 눈예보가 있어 아이젠을 챙겨오긴 했지만 하산 할 때까지는 눈이 없어 생각보다는 쉽게 하산을 하였다.


등산을 장시간 하다보면 제일 피로해지는 것은 발이다.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하산길에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그는 족탕은 산행의 또다른 기쁨거리이다. 겨울엔 계곡물이 워낙 차가워서 대부분 피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의미로 살얼음을 깨고 두발을 담갔다. 발끝에 전해오는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찌맀찌릿한 전율은 온 몸의 세포를 긴장시키고 머리털 마져 곤두서게 만든다. 올 한해동안 쌓였던 회사에서의 스트레스와 주위사람들로 부터 받은 힘겨운 기억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나의 몸은 정화되어 2022년을 맞을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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