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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6. 2022

약수동 해맞이, 매봉산

서울 매봉산

귀갓길에 강북강변도로를 차로 이동하다 보면 한강변 나지막한 산봉우리와 팔각정이 보인다. 저곳에 오르면 한강의 흐르는 물과 함께 멀리 롯데타워 너머의 북쪽 산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거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야경으로 즐긴다면 도시의 네온사인과 더불어 한강물에 비친 불빛들이 장관을 이룰 거 같았다. 생각으로만 꿈꾸던 곳을 오늘 2022년 첫날에 해맞이하러 올랐다. 네이버 등산 밴드 모임에 올라온 전국 여러 산들 중에 유독 내 눈에 띈 것은 바로 버티고개를 들머리로 하는 약수동의 '매봉산'이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신년 일출 산행을 주로 신년 다음날 산에 올랐다. 사람도 없이 한적하고 여유 있는 산행을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올해는 왠지 신년 첫날에 용기를 내서 해맞이를 시도한 것이다. 집에서는 매봉산이 먼 거리가 아니었다. 지하철 갈아타기를 몇 번 하고 나서야 ' 버티고개역'에 새벽 6시 반쯤에 도착했다. 지난 소백산에서의 겨울 칼바람을 생각해서 방한복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들머리에 올랐다. 코로나 극성으로 인해서 정부에서는 모든 공식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조금은 한적한 일출을 기대했지만 정상 팔각정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해맞이의 유래는 무엇일까. 2018년 1월 3일 자 경향신문에 실린 내용(장 유승, 단국대 동양학 연구원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고유의 풍속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설 명절을 구정으로 지내온 우리로서는 신년의 해맞이가 다소 생소한 것이기는 하다. 기록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시절의 신년 신문에는 일왕 내외 사진과 둥근 해 사진을 실었고 1940년 1월 1일 국내 신문에는 해를 향해 경례하는 군인의 사진이 실렸다고 한다. 해맞이는 일본에서 유래한 풍속이라는 주장에 기분은 좋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1995년 '모래시계' 드라마의 돌풍으로 '정동진 해맞이'를 기점으로 전국의 지방자치제의 지역마케팅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해 뜨는 시간은 7시 30분으로 예상했으나 검단산 너머로 붉은색 아침노을만이 해맞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애타게 했다. 핫팩을 두 개씩이나 방한복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추위를 녹이기는 했지만 발끝이 시려옴은 어쩔 수 없는 겨울인가 싶다. 십여 분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스으윽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한 장의 사진이라도 더 찍으려고 모든 사람들은 연달아 스마트폰의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른다. 한강 다리 너머 검단상 정상위를 솟아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올해의 목표를 다짐해 본다. ' 100일 동안 글쓰기' , ' 소식과 채식하기', '건강한 요리 배우기'


해맞이를 마무리하고 팔각정 바로 아래 전망데크에서 뿔뿔이 헤어졌던 산행 동지들과 다시 만났다. 겨울은 겨울인지라 산 정상 부근에는 약간의 바람과 함께 한기를 느끼게 하는 날씨였다. 준비해 간 휴대용 난로로 얼은 손과 발들을 조금 녹이고 둘러앉아서 우아한 브런치 음식으로 요기를 했다. 찐 고구마를 먹기 좋게 커팅 해오고, 아직까지 따끈한 온기가 남아있는 찰옥수수 그리고 이쁘게 포장된 미니 샌드위치와 개인별 먹기 좋은 조그마한 호두파이들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뱅쇼' 한 잔, '생강차' 한 잔과 함께 2022년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맞이한다.


" 해피뉴이어 & 에브리바디 굿 럭 (Happy New year & Everybody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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