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등산 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May 06. 2022

출렁다리지나 임꺽정봉, 감악산

경기 파주 감악산 (악귀봉, 임꺽정봉)

금요일 퇴근길은 산행을 위해 마트에 들러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 오픈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방문했다. 당초 라면을 챙겨 가기로 하였으나 계획을 바꿨다. 라면보다는 어묵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신선코너에서 어묵탕 2개 묶음 짜리를 고르고 가락국수 사리도 챙겼다. 주류코너에서는 일본 사케 '간바레 오또짱' 가 눈에 들어왔다. 겨울 산행에는 뜨거운 뱅쇼(와인) 나 뜨뜻한 사케(정종)가 매서운 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귀가해서 얼른 배낭을 꾸렸다. 아이젠, 방한복, 비닐 셸터를 찾아 배낭 깊숙이 쑤셔 넣었다.


새벽에 잠자고 있는 아내가 깰까 봐 조심조심 어제 산 어묵탕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포장을 다 뜯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커팅 해서 락앤락 용기에 담고 대파도 뿌리 부분을 큼지막하게 어슷썰기 해서 소형 비닐 위생 백에 담았다. 보통 국거리를 할 때 미리 썰어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청양고추가 오늘따라 보이지가 않아 아쉽지만 포기했다. 어묵탕 죽을 만들어 먹을 요량으로 계란 2개는 전용용기에 담고 직화구이김을 꺼내서 비닐봉지에 넣고 부셔서 김가루를 준비했다. 사케는 2개의 컵에 부어서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돌려서 보온병에 담고 뜨거운 물도 전기포트에 끓여 물통에 담았다.


아침 접선 장소는 지하철 2호선 당산역 3번 출구이다. 만나는 시간은 8시. 평소 주말 산행은 6시 또는 7시인 거에 비하면 여유가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동행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산악대장의 차량으로 파주 감악산으로 출발했다. 어찌하다 보니 양띠동갑 3명에 돼지띠 1명. 중년의 나이들이다 보니 편안하게 살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를 편안하게 했다. 얘기 중에 선교 잘 하는 '교회 누나'를 시작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교회 부흥회 같은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차 안에 교회 집사님이 두 분이나 계셔서 그랬던 거 같다.


산의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면 산행하기 힘든 산이라고 한다. 경기도 오악은 관악산, 화악산, 송악산, 운악산 그리고 감악산이다. 높이는 675미터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등산길이 만만하지는 않다. 포천 감악산에는 두 가지 유명한 것이 있다. 출렁다리와 임꺽정 굴이다. 출렁다리는 지자체의 마케팅으로 2016년 9월 20일 처음으로 개설한 이후로 많은 등산객들과 방문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후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산악 현수교를 설치하고 방문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임꺽정 굴은 관군을 피해 임꺽정이 숨어있던 굴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께서는 조선의 3대 도적을 홍길동, 장백산, 임꺽정이라고 했다. 실존 인물이었던 임꺽정은 명종 14년(1559년) 임금의 명으로 임꺽정에 대해서 대책을 논의했고 명종 17년(1562)에 되어서야 임꺽정의 무리를 소탕할 수 있었다. 아마도 3년 동안 중 어는 날인가 파주 감악산의 임꺽정 굴에서 머무르지 않았나 추정해 본다. 조선시대의 임꺽정이 현재까지 모든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1928년부터 10년 동안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홍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임꺽정> 덕분이었다.


출렁다리 제1주차장을 들머리로 출렁다리-운계폭포-범륜사-감악능선 계곡실(악귀봉-장군봉-임꺽정봉)-정상-마리아상-운계능선길(까치봉)-손마중길(운계전망대)- 운계폭포 -출렁다리 를 통해 다시 제 1주차장으로 하산했다. 왕복 약 10km을 이동하고 점심 식사 시간 포함해서 약 5시간을 등산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다행히 주제가 '영화'로 바뀌었다. 영화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여러 편의 영화들을 추억했다. <나인 하프 위크(1986)>, <겨울 나그네(1986)>, <라스트 모히건(1992)>, <똥파리(2009)>,<범죄와의 전쟁(2012)> 그리고 가수 GOD 출신의 윤계상 명연기가 돋보였던 <범죄 도시(2017)>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약수동 해맞이, 매봉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