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등산 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May 06. 2022

산속 해의 세계로, 유명산

경기도 유명산

TGIF (Thank God, It's Friday) ! 금요일의 출근길은 직장인에게 가벼운 마음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주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의 퇴근길은 일주일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오늘처럼 특별한 날에는 더욱 그렇다. 일주일의 사회생활이 레저생활로 탈바꿈하는 짜릿한 순간이 있다. 퇴근 후에 방문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생한다. 미리 준비한 등산복으로 옷을 바꿔 입는 순간, 환복은 나에게는 환생의 순간이 된다. 그 순간이 나는 너무 신난다. 겉에 입은 옷이 달라졌을 뿐인데 마음은 180도 달라지는 나 자신이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다행히 해가 지기 전이었고 비도 내리지 않았다. 제1야영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예약한 데크 번호를 찾았다. 주차장과 데크는 인접해 있어서 걸어서 20발자국도 되지 않았다. 보통 백패킹은 산 정상에 박지('텐트를 치는 곳'을 말함)를 선정하면 들머리에서 20kg짜리 박배낭을 메고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를 낑낑대며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올라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겨우 20발자국이라니, 너무 거저먹는 느낌이다. 비와 강풍을 고려해서 산 정상보다는 휴양림 캠핑장을 선택한 것이다. 덕분에 큰 힘 안들이고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나는 얼른 텐트를 세웠다. 텐트 위에 타프(텐트 위 그늘을 만들어 주는 천막)를 설치하고 있던 중에 복렬 씨 부부가 도착했다. 함께 셸터를 펴고 4개의 기다란 폴대를 조립해서 셸터에 연결해서 테크에 고정했다. 셸터 실내에는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들과 함께 티펙(물건을 담는 주머니) 이 옮겨지고 저녁식사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 나는 1개의 텐트를 더 세웠다. 밤늦게 도착할 강 부장의 텐트를 미리 챙겨와서 어두워지기 전에 세우기 위해서다. '선배가 후배에게 부탁하면 갑질인데, 후배가 선배에게 부탁하는 건 뭐지' 하면서 헤드랜턴을 비춰가며 어렵게 텐트를 세웠다.



오늘 내가 준비한 캠핑음식은 나름 구색을 갖추었다. 찬 음식(연어 회)부터 시작해서 뜨거운 음식(순대볶음), 그리고 탕(어묵탕)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연어' 한 덩어리와 양파, 무순을 디펙에서 꺼냈다. 먼저 '양파'를 얇게 썰어서 그릇에 담아내고 '무순'도 물에 헹궈 별도의 그릇에 담아내고 연어 덩어리를 얇게 저몄다. 연어 조각에 양파와 무순을 올려 연어 소스에 푹 찍어 맛을 보았다. 오~역시, 괜찮다. 함께 가져온 예쁜 사각병에 담긴 23도짜리 '문배술’과 함께 먹으니 더욱 연어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동네 마트에서 구매한 순대볶음은 레시피에 적혀있는 대로 조리했다. 15분간 끓는 물에서 덥히고 프라이팬에 동봉된 소스를 넣고 양파와 사각어묵도 썰어 넣었다. 칼칼한 맛이 나는 순대볶음은 여태까지 맛보았던 신림동의 그 어는 순대볶음보다 맛있었다. 순대볶음이 프라이팬에서 볶아지고 있는 중에 강 부장이 '매운 마약 족발 무침'을 들고 캠핑장에 도착했다. 최근 부업으로 오픈한 배달 전문 족발집에서 저녁 장사를 완판하고 합류한 것이다. 마무리 음식은 복렬 부부가 챙겨온 갓 잡은 메기 3마리로 끓인 보양식 메기매운탕으로 허기진 기운을 채워 넣었다.



셸터 지붕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치고 있었다. 저녁 10시쯤 지나자 졸음이 몰려와서 꾸벅꾸벅 졸다가 12시가 지나서야 먼저 인사하고 내 숙소(텐트)로 돌아와서 잘 준비를 했다. 세면과 양치도 하고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침낭 속으로 쏘옥, 슬라이딩을 했다. 미리 침낭 속에 넣은 핫팩 2개가 뜨끈뜨끈했다. 밤새 내리치는 빗방울 소리는 새벽까지 계속 이어졌다. 새벽 5시에 알람이 울려 깜짝 놀라 깼다. 알람 해제 시킨다는 것을 깜박했다. 누워서 뒹굴뒹굴 하다가 6시경에 일어나 가볍게 주변 산책도 하고 남은 음식도 챙겨 먹고 숲속 휴양림에서의 여유로운 새벽 시간을 만끽했다.



아침이 되자 빗줄기는 제법 가늘어졌지만 그래도 계속 내리고 있었고 캠핑장을 떠날 대까지 계속 내렸다. 물을 한껏 머금은 텐트와 타프 등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케이스에 넣고 배낭에 일단 쑤셔 넣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꺼내서 당장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오늘 친구들과는 몇 차례 백패킹을 같이 했다. 백패킹의 성지인 인천의 '굴업도', 바다 전망이 예술인 '관리도'도 함께 했다. 유명산 휴양림 백패킹은 밤새 텐트를 두들겼던 따닥따닥 소리와 함게 나의 머릿속과 기억될 것이다. 조만간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나는 다시 해의 세계로 돌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렁다리지나 임꺽정봉, 감악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