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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24. 2023

역시, 매운 닭고기 요리

라조기 (라자오지)

사랑을 글로 배울 수 있을까. 사랑은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직접 애틋함 마음을 오감으로 느껴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음식은 메뉴판의 그림으로는 알 수 없다.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입으로 먹어보고 먹는 소리를 듣고, 그리고 머릿속에 그 느낌을 간직해야 그 요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줄곧 탕수육만 시켜 먹는 나로서는 '깐풍기'와 '라조기'가 항상 헷갈린다.


두 요리 이름에 '기' 자가 들어가는 걸로 바서는 모두 닭고기 요리가 맞기는 하는데 당최 먹어보질 않아서 구분이 안된다. 역시 만들어 보고 먹어보고 나서야 그 구분이 확실해진다. 외관상으로 라조기는 흥건한 소스에 젖어있고 깐풍기는 겉에 소스가 묻어있지 않고 말라 보인다. 맛을 보면 '라조기'는 매콤하고 '깐풍기'는 새콤달콤하다. 확실히 차이가 구분된다.

'라조기'는 매콤하고
'깐풍기'는 새콤달콤하다.



중식조리기능사에 출제되는 요리는 20가지이다. 한식조리기능사의 요리가 31가지인 거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적다. 만드는 과정이나 칼을 쓰는 방법, 재료의 크기 규정이 많이 다르다. 한식조리가 오밀조밀한 느낌이라면 중식조리는 약간 거친 느낌이다. 그리고 한식조리 평가 기준은 '비주얼'이고 중식은 '맛'이라고 한다. 확실히 차이가 있다.  

중식조리기능사에
출제되는 요리는 20가지이다.

중식은 조리에 사용되는 채소와 주재료(돼지고기, 생선)를 큼직하게 자르고, 사용되는 소스와 물녹말을 만들어 놓으면 준비작업이 끝난다. 그 뒤로는 주재료를 튀기고 야채를 볶으면서 소스와 튀겨낸 주재료를 묻혀내서 완성접시에 올려놓는다. 물론 전채요리(해파리냉채)나 면류(짜장면), 밥류(새우볶음밥)는 조리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튀김요리와 볶음요리는 조리과정이 일정한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라조기는 튀긴 닭고기를 여러 채소와 함께 볶아 고추 양념을 가미한 매운 사천요리이다. 요리에 사용되는 채소는 5x2 cm 크기로 자르고 닭은 뼈를 바르고 5x1 cm로 자른다. 냄비에 물을 올려 죽순, 양송이를 데친다. 보통은 통조림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통조림 첨가물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추가적으로 청경채도 약간의 식용유과 소금을 첨가하고 살짝 데쳐낸다.  


여기까지가 준비과정이며 그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튀기고 볶아내면 된다. 닭은 기름에 두 번 튀겨 별도의 그릇에 담아두고, 팬에 미리 잘라둔 건고추를 넣고 고추기름을 만든다. 이때 온도를 낮춰 타지 않도록 주의한다. 건고추를 건져내고 만든 고추기름에 향신채(대파, 마늘, 생강)를 넣고 충분히 향을 우려낸다. 건저낸 건고추는 버리지 않고 마지막 과정에 다른 재료들과 함께 넣어준다.


진간장, 청주를 넣어 풍미를 높이고 준비된 모든 채소(양송이, 죽순, 표고, 피망, 청경채)를 물(1C)을 넣고 끓이다가 온도를 낮춰 물녹말을 투여한다. 약간 국물이 걸쭉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이때 물녹말을 뿌리는 동시에 국자로 힘차게 저으면서 냄비도 앞뒤로 흔들어 주어야 전분이 뭉치지 않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표현이 생각날 정도로 모든 것이 순식간에 해야 한다. 멈칫멈칫 하다가는 '맛'이 달아나 버린다.

멈칫멈칫 하다가는 '맛'이 달아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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