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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25. 2023

양장피는 해파리인가요

양장피 잡채(차오러우 량장피)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를 쫓아서 북창동에 위치한 중식당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생전처음 '양장피'를 맛보았다. 미끈미끈한 투명색의 양자피면은 생긴 게 '바다생물 도감'에서 본 해파리와 비슷해서 나는 양자피면이 곧 해파리라고 믿었다. 창피한 일이긴 해도 얼마 전까지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젠장 왜, 나에게 그걸 정확하게 얘기해 준 사람이 없었는지 지금도 의아하다.


아쉽기는 해도 지금이라도 양장피면은 고구마 전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허긴 집 주방에 있는 조리용 가루들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도 최근에서야 갖추게 되었다. '웬 가루들이 그리도 많은지' 말이다. 이제는 밀가루(박력분, 중력분, 강력분), 전분가루, 튀김가구, 부침가루, 팬케이크 가루를 구분하고 어디에 사용하는지도 대충 구분이 된다.

양장피면은 고구마 전분


양장피잡채는 중식조리기능사 시험에 출제되는 요리 중에 난이도가 최상이다. 제한시간인 35분이지만 손질해야 할 재료가 많기 때문이다. 한식조리기능사 요리 중에 까다로운 칠절판과 잡채를 섞어놓은 요리처럼 중간에는 잡채처럼 볶고 주변에는 칠절판의 재료들처럼 재료들을 채 썰어 낸다. 워낙 재료의 가짓수가 많다 보니 행여 양장피가 다른 재료들에 가려서 완성접시에 안보일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요리의 주인공은 양장피이기 때문이다.


중간 잡채에 돼지고기가 채를 썰어 들어가기는 하지만 대부분 야채와 해산물이 많기 때문에 왠지 더 건강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해산물의 삼선(3가지 귀한 식재료)이라고 할 수 있는 새우(50g), 오징어(50g), 해삼(50g)이 모두 들어간다. 해삼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가격을 조회해 보고 깜짝 놀랐다. 50그램 기준으로 국내산은 5만 원 정도이고 러시아산은 7천 원 정도이다. 중식당에서 양장피가 비싼게 팔리는 이유가 있었다. 혹시라도 양장피를 먹게 되면 해삼은 헤집고 찾아 먹어야겠다.

양장피를 먹게 되면 해삼은 헤집고 찾아 먹어야겠다.




재료손실의 순서는 우선 종이장처럼 생긴 양장피를 흐르는 물에 묻혀 가위로 잘라 물그릇에 담가두고 생채인 당근, 오이를 제일 먼저 채썬다. 오이는 돌려 깎기를 해야 하지만 중식도로는 쉽지 않다. 바닥에 놓고 돌려 깎는 요리사부의 시범이 있었지만 따라 하기가 위험해 보여 한식칼로 돌려 깎는다. 채를 썬 야채는 조리 제한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가지런히 정리해서 바로 완성접시에 올려놓는다.


해산물(오징어, 새우, 해삼)을 손질해서 물에 데치고 불려놓은 양장피면도 6분 정도 끓는 물에 데쳐내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을 해둔다. 다음은 잡채용 재료인 목이버섯, 양파, 부추, 고기(간장 밑간)를 채를 썰어 놓고 계란지단을 전란(황란, 백란 섞음)으로 한식 지단보다는 다소 거칠게 부쳐내고 채를 썬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진간장으로 향을 낸다. 보통은 향신채(파,마늘,생강)를 사용하지만 양장피잡채에는 향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간장과 양파로 대신한다. 돼지고기, 목이버섯 순으로 볶고 제일 마지막에 조선부추를 넣고 소금과 기름으로 간을 해서 잡채를 마무리한다. 양장피가 잘 보이도록 안쪽에 원형의 띠 형태로 접시에 올리고 중앙에 잡채를 올려주면 끝이다. 별도로 발효시킨 겨자소스를 올려내면 다소 화려하고 비싸 보이는 양장피가 나를 기다린다.  

화려하고 비싸 보이는 양장피가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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