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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25. 2023

울면, 안돼

울면 (원루미엔)

매년 성탄절 시즌이 되면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노래가 있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데요"  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 만든 노래인가 싶다. 중식조리기능사 시험에  출제되는 20가지 요리 중에도 '울면'이 있다. 아침 일찍 첫 교시 수업에 요리사부님의 출석확인이 끝나고 바로 오늘의 요리를 발표한다. "오늘의 요리는 '울면'입니다."

 "오늘의 요리는 '울면'입니다."

이때 어디선가 수강생 중 한 명이 낮게 맞받아 칩니다. "울면, 안돼~"이라고 하는 소리에 다른 수강생들 모두 공감한다. 왜냐하면 바로 몇 분 전에 한식조리기능사 실기시험 발표가 인터넷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합격을 한 수강생도 있지만 불합격을 확인한 수강생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심정을 공감하는 의미에서 '울면, 안된다'라고 위로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나는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다행히 턱걸이 점수로 겨우 합격했다.




중식당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짜장면이나 짬뽕이 먹고 싶어서 방문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중식당에 가면 '울면'을 시킨다. 내가 울면을 주문하면 다른 이들은 그게 뭐냐고 물어본다. 중식당에서 울면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예, 그 존재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울면에 사용되는 지급재료 목록을 보면 백 프로 마음에 든다. 대부분에 중국요리에는 돼지고기가 필수이나 울면에는 고기가 없다.


대신 울면에는 오징어와 새우가 들어간다. 완성 그릇에 담아낸 울면은 걸쭉한 국물이 찰랑찰랑 면을 감싸고 있다. 하지만 요리사부의 말에 따르면 이건 국물이 아니란다. 그냥 소스란다. 조금은 '넉넉한 소스'. 그러고 보니 국물보다는 소스에 가깝다. 왜냐하면 국물에 녹말물도 풀고, 계란물도 풀어서 더 이상 국물이라 하기엔 너무 걸쭉하기 때문이다.




목이버섯은 따뜻한 물에 담가두고 오징어와 새우를 준비하고 야채(당근, 양파, 배춧잎)와 향신채(대파, 마늘) 모두 6cm로 채 썬다. 목이버섯도 물에서 꺼내 채를 썬다. 다른 요리 같으면 향신채를 먼저 팬에 볶지만 울면에서는 향신채를 따로 볶거나 하는 과정이 없다.


웍(또는 궁중냄비)에 물 3C (600ml)을 붓고 향신채(대파, 마늘)을 넣고 끓이다가 향을 내기 위해 진강장(1T), 청주(1T)를 넣은 다음 재료를 차례로 넣는다. 오징어, 새우살, 양파, 당근, 배춧잎, 목이버섯을 넣고 끓인다. 간으로 소금, 흰 후춧가루를 넣고 물녹말을 낮은 온도에서 풀어내고 뭉치지 않도록 저어준다. 마지막으로 계란물도 뭉치지 않게 잘  저은 후 조선부추와 참기름을 넣는다.


면은 냄비에  삶아내고 찬물에 휑궈낸다. 이때 손으로 벅벅 문지르면 전분가루도 떨어내고 온도도 낮춘다. 채에 걸러 물기를 빼고 요리가 마무리될 때 즈음해서 다시 뜨뜻한 물로 토렴(따뜻한 물에 가볍게 데침)해서 완성그릇에 담는다. 담아낸 면 위에 아까 만든 소스를 뿌려주면 끝이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오늘도 실수 지적을 받았다. 완성그릇에 담긴 결과물에는 소스가 너무 적었다.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울면, 정말 안된다."

 갑자기 내가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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