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유혹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음식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달콤한 것이 당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싶기도 하다. 서양 사람들은 후식으로 초콜릿을 먹는다. 포만감에 달콤한 쵸코의 맛을 더해서 행복감을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화가 잘 된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단것이 소화를 촉진시켜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중식에도 후식으로 단것을 선호한다.
중식조리기능사에 출제되는 20가지의 요리 중에 2가지가 후식요리인데 두 가지 모두 '빠스' 요리이다. 빠스(拔丝)는 '발사'라고 읽고 뽑을 '발', 실 '사' 자를 쓰고 '실을 뽑는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실'은 설탕이 끈적거리면서 늘어날 때 생기는 설탕실을 말한다. 우리네의 맛탕과 비슷하지만 맛탕은 설탕이 흘러내리지만 빠스는 설탕을 유리처럼 굳혀서 먹는다.
빠스(拔丝)는 '실을 뽑는다'라는 뜻이다.
빠스 옥수수는 옥수수, 땅콩, 밀가루, 달걀, 식용유, 설탕이 사용된다. 옥수수를 적당히 다져야 한다. 완전히 으깨지면 옥수수의 식감이 사라지고 그렇다고 덜 다지면 튀겨낼 때 잘 뭉쳐지지가 않는다. 요리하면서 제일 어려운 말이 '적당히'이지만 그래도 옥수수 알갱이가 반쯤 쪼개지게 되면 땅콩과 섞고 달걀노른자(1T), 밀가루(3T)를 넣고 반죽을 만든다.
손안에 반죽을 움켜쥐고 엄지와 검지 사이로 일정량을 밀어 올려 둥그런 공모양으로 떼어낸다. 사실 방송에서 중식 요리사들은 쉽게 떼어내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손으로 밀어 올려 공모양 만들기를 하다가 잘 뭉쳐지지가 않아 포기하고 숟가락 두 개로 그럭저럭 공모양 비슷하게 떼어내어 기름 속에 낙하를 시켰다.
옥수수 반죽이 어느 정도 단단해지면 건져내고 설탕시럽을 약불에서 만들어 튀긴 옥수수를 시럽에 묻혀 굳혀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둥근 공모양에서 약간 벗어나 찌그러져 있긴 해도 자르르 설탕윤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매끈하게 보이는 것보다는 약간은 옥수수 형태가 보이는 것이 더 맛나 보인다.
빠스 고구마는 빠스 옥수수보다 더 간단하게 조리한다. 고구마, 식용유, 설탕이면 끝이다. 시험에서 요구되는 사항은 '고구마는 껍질을 벗기고 먼저 길게 4등분을 내고, 다시 4cm 정도 길이로 다각형으로 돌려 썰기 하시오'이다. 한식칼로 고구마 껍질을 벗기면 일도 아니지만 중식도는 칼날이 넓어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요리사부님의 시범 보여준 마치 연필 깎듯이 공중에서 깎는 법과 도마 위에 세우고 내리치면서 얇게 껍질을 벗겨내는 방법 중에 후자를 택했다. 비록 시간이 좀 걸리고 잘려나간 껍질이 꽤나 두툼했지만 모르 척하고 요구사항에서 처럼 길게 4등분을 했다. 다음은 길게 자른 등분을 다시 토막으로 잘라내야 한다.
깍두기처럼 반듯하게 자를 수도 있지만 불규칙하게 다각형으로 자르기 위해 돌리면서 칼을 틀어 자르다 보니 뭔지 모르게 거친 중식요리 느낌이 더했다. 중불에서 노릇노릇하게 튀겨내고 설탕시럽에 굴려내서 완성접시에 올려낸다. 겉이 딱딱하게 설탕으로 굳었지만 속은 촉촉하고 따뜻하다. 이렇게 조리방법이 간단하고 만족도가 최상인 중식요리가 있다니 놀랍다. 아무래도 이번주말 후식은 무조건 빠스 고구마가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