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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30. 2023

짜파게티에서 진짜 짜장면

유니짜장면(러우니 자지앙미엔)

어린 시절 라면을 먹다가 어느 날인가 출시된 짜파게피는 가히 충격이었다. 중국집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짜장면을 집에서 라면처럼 간단하게 끓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았다.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이라는 방송광고 씨엠송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일요일 아침이 되면 귓가에 맴돈다.


왠지 일요일에는 짜파게티를 먹어야만 하는 것처럼 자주 먹었다. 그렇게 봉지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하다 보면 가끔은 물이 많기도 하고 어떤 날은 완전히 졸아서 뻑뻑하게 먹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백종원 씨가 방송에서 별도의 프라이팬에 양파를 볶고, 삶은 면을 넣고 다시 볶는 것을 보고  새로운 짜파게티의 맛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캠핑을 가면 '짜파게티(스텐다드)'나 '짜왕(프리미엄)'을 챙겨가서 양파를 가득 볶고 거기에 새우 몇 마리와 계란 반숙 프라이까지 덧붙이면 훌륭한 한여름밤의 산속 요리가 완성된다. 톡 터트린 노른자에 짜장을 비벼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나의 짜장사랑은 라면만큼이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진짜 짜장을 만났다. 요리학원에서 짜장면 만드는 법을 배우고 마트에 가서 '춘장'을 샀다. 평소 보이지 않던 '춘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춘장을 기름에 볶고 양파를 볶고 다진고기(유니짜장면: 고기를 진흙처럼 잘게 다짐)대신 감자를 넣어 옛날식 짜장소스를 만들고 면을 삶아서 최초의 '집 짜장면'을 완성했다. "나는 이제 집에서 진짜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다."

"나는 이제 집에서 진짜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다."



호박과 오이는 정육면체로 썰고, 고명으로 올릴 오이는 채를 썰어 준비한다. 돼지고기와 생강은 다지되 중식조리사 시험장에서는 다진 돼지고기를 제공해준다. 팬을 달구고 춘장양의 2배 정도의 식용유를 붓고 자글자글 끓을 때까지 춘장을 끓여내고 체에 밭쳐 기름기를 빼고 별도의 그릇에 담아낸다.


다시 팬을 달궈 중불에서 돼지고기, 양파를 볶고 진간장(1큰술), 청주(1큰술)로 향을 낸다. 호박, 춘장, 물(1컵), 설탕(1큰술)을 넣어 끓이다가 불을 물녹말(물1큰술, 전분가루1큰술)을 섞어 짜장소스를 준비한다. 이때 불은 약불로 줄이고 전분가루가 뭉치지 않도록 국자를 빠르게 저으면서 팬을 앞뒤로 흔들어 준다.


중화면은 냄비에 소금을 넣고 완전히 익을 때 까지 끓인다(5분). 익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찬물을 담은 그릇에 면발 한가닥을 식여내고 끊어서 면 중심에 있는 심지까지 익었는지를 확인한다. 다 익었으면 찬물에 헹궈 두었다가 완성접시에 담기전에 다시 토렴(살짝 데침)한다. 완성그릇에 면을 담고 그 위에 짜장소스를 반쯤 채우고 중간에 오이채 썬 것을 올려내면 끝이다.


[사진] (좌) 레시피 (우) 집에서 만든 감자 짜장면(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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