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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n 12. 2023

이쁜 송편 빚으면

송편

'이쁜 송편 빚으면, 이쁜 딸을 낳는다'는 말을 어린 시절 명절 때면 어른들 사이에 끼여 앉아 송편을 만들면서 많이 들었다. 그 어린 나이에도 그 말이 사실인지 궁금해서 친척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송편과 얼굴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던 기억이 있다. 떡 제조 실습시간에 실제로 송편을 만들어 보니 진짜 그런거 같기도 하다.

'이쁜 송편 빚으면, 이쁜 딸을 낳는다'


왜냐하면 손이 투박한 사람들은 그만큼 송편을 투박하게 만들고, 손이 야리야리한 사람들은 세심하게 송편을 좌우대칭, 위아래의 균형을 맞춰서 이쁘게 빚을 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쁜 송편을 만들면서 시범을 보이고 있는 요리사부에게 질문을 던졌다.


"옛말에 이쁜 송편을 빚으면, 아이들이 이쁘다던데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을 하자마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우리 집 애들을 보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chat GPT'로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대답은 역시나 '관련이 없다'였다. 아마도 명절 때  송편을 대충대충 만들지 말고 정성 들여 예쁘게 만들라는 선조들의 지혜인 걸로 결론을 내렸다.




떡제조 기능사에 출제되는 떡 종류는 총 8가지(맵쌀떡이 4가지+ 찹쌀떡 4가지)로 시험에는 '맵쌀떡 1종+찹쌀떡 1종'으로 세트로 구성된다. '송편(맵쌀)+쇠머리떡(찹쌀)'이 한 세트이고 나머지는 '콩설기떡(맵)+부꾸미(찹)', '무지개떡(맵)+경단(찹), '백편(맵)+인절미(찹)'이다. 한식이나 중식 기능사 시험과는 다르게 떡 제조 기능사 시험에는 '요구사항' 뿐만 아니라 '재료 및 분량'이 수험자에게 제공된다.

'송편(맵쌀)+쇠머리떡(찹쌀)'이 한 세트


수험자가 가장 까다롭게 생각되는 것은 '물주기'이다. 떡의 종류마다 단위 쌀가루당 섞어야 할 물의 양이 다르다. 송편(멥쌀, 빚어 찌는떡)은 200그램 기준으로 7 큰술의 뜨거운 물을 부어 반죽을 만든다. 반면 부꾸미(찹쌀, 빚어 지지는 떡)과 경단(찹쌀, 빚어 삶는 떡)인 경우에 동량(200그램)의 쌀가루에 4 큰술의 뜨거운 물을 넣어준다. 또한 같은 종류의 떡이라도 쌀가루 마른 상태에 따라 약간씩 다름으로 주의해야 한다. 




송편은 서리태를 삶으면서(20분) 시작한다. 멥쌀가루(200그램)는 소금(2그램)과 끓는 물(7큰술)을 넣어 익반죽 하고 가래떡 모양으로 길게 만들어 12등분 (개당 21~22그램)한다. 등분한 덩어리는 모두 저울에 무게를 측정해서 균일하게 소분해야 한다. 소분된 반죽은 하나씩 동그랗게 속을 파서 물기를 뺀 서리태를 4~5알씩 넣고 잘 오무려서 반달모양(길이 5cm, 높이 3cm)으로 빚는다.


도톰한 반달모양은 '서울식 송편'이라는 요리사부의 말에 어쩐지 그 모양이 익숙하다. 어린 시절 외갓댁에서 어머니와 외숙모들이 빚던 송편 모양과 비슷하다. 송편을 하나 만들고 모양을 잡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 송편을 12개를 만드는 중에 말라 버릴 수 있음으로 소분한 반죽 그릇과 완성된 송편 그릇에 각각 비닐을 덮어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이 꿀팁이다. 


찜기에 '시루밑'을 깔고 완성된 송편 12개를 넣고 김이 모락모락 피는 솥에 20분 정도 찐 다음 찬물에 식히고 물기를 닦아 참기름을 발라내서 완성그릇에 담아낸다.  만들어낸 송편이 생각보다 모양이 괜찮다. 서울 토박이 DNA가 송편을 통해 배출되었나 보다. 요리사부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요리사부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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