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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n 28. 2023

왕과 같은 치킨요리

치킨 알라킹 (chichken a'la king)

요리의 이름이 거창하다. 알라(a'la)는 불어로 '~와 같은'이라는 뜻이다. 직역을 하면 '왕과 같은 치킨'이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된다. 의역을 하면 '치킨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요리'라는 뜻인가. 아니, 그보다는 '왕을 위한 치킨요리'가 적정하다. 마치 한식에서 임금에게 진상하던 궁중요리처럼 유럽의 왕이 즐겨 먹던 최고급요리로 추정된다.

'왕을 위한 치킨요리'가 적정하다.

'알라킹'이라는 요리는 들어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는 요리이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 보니 이건 그냥 '크림소스(베샤멜소스)에 버무린 닭요리'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베샤멜소스(bechamel sauce, 불어)는 화이트 루(white roux, 버터에 밀가루를 녹인 것)에 우유를 주재료로 농도를 낸 흰색소스를 말하며 영어로는 화이트소스(white sauce)이고 생선, 채소요리에 많이 이용된다.




생닭을 반으로 갈라 반마리를 사용한다. 다리 아래쪽에 칼집을 둘러내고 허벅지 쪽으로 길게 올려 잘라 '살살살' 다리뼈 발골을 시작한다. 중식을 배울때  깐풍기, 라조기를 만들기 위해 몇 차례 닭뼈 발골을 한 경험을 되살려 다리뼈와 갈비뼈를 제거하고 살을 바른다. 초창기 발골 때는 마치고 나면 닭고기살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지만 이제 제법 살들이 도톰하게 남아있다.


발골된 뼈는 버리지 않고 약간의 양파조각과 어니언 피케(양파 조각에 정향과 월계수를 꽂아 만든 향신채)를 넣고 치킨 육수(물 2컵)를 만든다. 여기서 '약간의 양파'를 그냥 '양파'라고 생각하고 모두 넣고 나중에 양파 볶을 때 볶을 양파가 없어 이미 버린 육수 찌꺼기를 주워 쓰는 당황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창피하지만 실제로 조리과정 중에 발생한 일이다.




치킨육수는 체에 걸러 다시 끓이면서 2.5cm 크기로 자른 닭을 데쳐낸다. 양파, 청피망, 홍피망은 1.8cm 정사각형으로 자르고 양송이는 기둥을 제거하고 1/4로 자른다. 팬에 버터를 두르고 양파, 양송이, 청피망, 홍피망, 닭고기 순으로 볶아내는데 주의할 점은 한꺼번에 볶지 않고 따로따로 볶아내야 한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닭고기는 '데치고', '볶고' 하는 두 가지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한다.


냄비에 '화이트 루'를 만들고 조금씩 우유를 첨가하는데 뜨거운 루에 차가운 우유가 갑자기 섞이면 뭉쳐서 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요령은 '화이트 루'를 냄비 한쪽에 몰아놓고 우유를 반대편에서 살짝 뜨뜻하게 만든 후에 천천히 섞어 주는 것을 몇 차례 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육수와 피망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넣고 졸인다. 마지막으로 홍피망과 청피망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후 살짝 식혔다가 생크림을 넣어주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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