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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16. 2023

석쇠가 아니라 쇠꼬챙이로

삼치 소금구이(사와라노 시오야끼)

일식요리를 실습하기 위해서 학원으로부터 준비물 리스트를 전달받았다. '사시미칼, 대바칼, 꼬챙이(3개), 사각팬'을  개강 첫날 요리학원 프런트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했다. 사시미칼이야 워낙, 한국액션 영화에서 조폭들이 수시로 들고 다니는 무기이다 보니 눈에 익숙해서 생선회를 자를 때 사용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칼의 날이 한쪽면에만 있다. 나는 오른손잡이이다 보니 오른쪽에 날이 있다.


하지만 대바칼은 어디에 쓰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뭐 그런대로 사용 용도가 있으니 사라고 했거니 했다. 그런데 도대체 꼬챙이는 굳이 3개씩 필요한 건지 알 수가 없어 프런트에 근무 중인 학원직원에게 물어봤다. "혹시 꼬챙이는 하나만 사면 안 되나요?" , "아니요, 꼭 3개를 사셔야 합니다."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수업시간에 돼서야 왜 꼬챙이가 3개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한식조리기능사 시험에 출제되는 요리 중에 '생선양념구이'가 있다. 난이도가 꽤나 어려운 요리이다. 왜냐하면 생선(조기)배를 가르지 않고 내장을 제거 후에 석쇠 사이에 끼워 생선 겉뿐만 아니라 내장이 있던 내부까지 익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기구이에 비하면 삼치 소금구이는 그나마 3장 뜨기를 통해서 생선토막의 생선뼈를 발라내고 양쪽 생선살을 쇠꼬챙이에 꽂아 굽다 보니 내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훨씬 수월하다.


난생처음 잡아본 대바칼로 생선살과 뼈를 분리하다 보니 살점 손실이 많다. 정작 구우려는 생선살의 두께가 두껍지 않다. 생선을 굽기 위해 조심스럽게 생선토막의 세로 부분으로 중앙을 관통하고 나머지 2개는 삼각형 모양으로 관통시켜서 한 손에 쥐고 가스불위에서 익혀낸다. 한참을 굽던 중에 껍질 쪽에 엑스자 칼집을 안 낸 것이 생각났다. 후다닥 남들이 보기 전에 얼른 칼집을 내 본다. 모양이 어설프지만 그런대로 나쁘진 않다.




주재료는 삼치이지만 삼치 말고도 완성접시에 올려야 하는 부재료(장식)가 있다. 국화 모양의 무, 레몬, 우엉, 깻잎으로 총 4종이나 된다. 여기서 제일 따라 하기 힘든 것은 무를 카빙 해서 국화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무를 정육면체로 만들고 윗면을 가로, 세로 촘촘하게 칼집을 내서 담근초(식초, 설탕, 물, 소금)에 절이고 무를 벌려 국화꽃모양처럼 벌린다. 그 중앙에 노란 레몬 껍질 뾰족한 부분을 잘라서 올리면 꽃의 수술이 된다.


멀리서 얼핏 보면 하얀색 국화가 활짝 핀 모양이다. 물론 내가 만든 국화는 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너덜너덜해졌다. 사방 2cm 정육면체 윗면에 2/3 깊이로 칼집을 깊숙이 내야 꽃이 만개할 수 있다. 이상하게도 주재료는 삼치인데, 삼치 굽는 것보다 국화 만드는 것이 더 신경 쓰인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다음번에는 활짝 핀 하얀 국화꽃을 기대해 본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다음번에는
활짝 핀 하얀 국화꽃을 기대해 본다.
[사진] (좌) 사시미칼과 대바칼    (우) 쇠꼬챙이 3개
[사진] (좌) 레시피 (일식조리기능사 실기출제 문제집, 2002년, 임홍식외, 델리커뮤니케이션)   (우) 품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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