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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17. 2023

미안하다, 도미야

도미술찜 (아마다이노 사카무시)

생선요리를 할때 주로 몸통을 사용하고 대가리는 버린다. 가끔 매운탕용으로 사용할때는 통째로 넣는다. 한번도 좌우로 이등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생선대가리를 좌우로 쪼겠다. 칼을 입속으로 가까스로 쑤셔 넣고 직각으로 돌려 날카로운 생선의 앞이빨 사이에 칼날 끝을 끼운다. 생선의 꾹 닫혀있던 입이 살짝 열린다. 칼날을 머리 쪽으로 향하게 칼날에 힘을 주고 천천히 제친다. 단단한 느낌이 칼날을 통해 손끝에 전해진다.


안전을 위해 칼날이 몸 바깥쪽을 향하도록 하고 생선 대가리 아랫부분을 잡고 있는 왼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면포로 고정시킨다. 조금씩 칼날이 머리 쪽으로 전진을 하면서 이마 쪽에 다다랐을 때 살짝 중앙선을 비껴간다. 대바칼 날이 한쪽만 있기 때문이다. 자세를 다시 잡고 중심선으로 칼날의 궤도를 수정해서 나머지 머리뼈를 두 동강 낸다. 왠지 마음속에는 '도마'위에 누워있는 '도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도마'위에 누워있는
'도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도미'는 '돔'이라고도 하며  봄철에 가장 맛있는 생선으로 지방이 적고 살이 단단해서 비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생선이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해서 수술 후에 환자가 회복을 위해 찾는 음식이기도 하다. 일식조리기능사 시험에 출제되는 19가지 요리 중에 도미요리가 3가지(도미술찜, 도미머리 맑은 국, 도미조림)나 된다.


그 많은 생선중에 하필 도미요리가 왜 그렇게 많은지 궁금했다. 혹시 일본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이 '도미' 인가 싶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탑 5(참치, 꽁치, 연어, 전갱이, 고등어)에도 안 들어간다. 다만 규수지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으로 '도미'가 1등이고 일본 잔치상에 오르는 생선이라는 기록이 있다. 어찌 되었던 일식조리사 자격증을 위해서는 '도미'를 피해 갈 수는 없다.




모든 생선은 비늘부터 제거한다. 칼등으로 꼬리 쪽에서 머리 쪽을 향해 비늘을 제거하는 동안 여기저기 튄다. 흐르는 수돗물을 틀고 비늘을 제거하는 동안 얼굴 쪽으로 까지 비늘이 날아온다. 지느러미도 단단하고 억세서 웬만해서는 칼로 잘려나가지가 않는다. 굳이 칼 날 아래쪽으로 지느러미에 대고 힘차게 칼등을 내리쳐야 잘려나간다. 생선크기는 크기 않지만 왠지 억센 느낌이 든다.


양쪽 아가미를 칼끝으로 자르고 턱 쪽의 아가미 연결부위를 끊어내고 항문에서부터 칼날을 턱 쪽으로 절단한다. 생선 대가리와 몸통 사이가  'T'자 형태로 해부되어 내장을 들어내고 흐르는 물로 씻어낸다. 대가리, 몸통, 꼬리 부분으로 절단하고 다시 몸통은 세장 뜨기를 해서 살을 발라낸다. 대가리는 다시 세로로 이등분하고 꼬리는 좌우로 엑스자로 칼집을 낸다. 분해된 생선토막들은 접시에 올려 소금에 절인다.


야채는 무, 당근, 배추, 쑥갓, 죽순 순으로 데치고 찬물에 식힌 후 무는 은행잎 썰기하고 당근은 매화꽃 모양으로 카빙 한다. 데친 배추 안에 쑥갓을 말아 사선으로 이등분해서 완성접시의 뒤쪽 끝부분에 중심을 잡고 세운다. 좌우로 흰색 야채인 무와 두부를 올리고 당근, 표고버섯을 올린 후 앞쪽에 생선토막을 가지런히 배치시켜 고 청주(2큰술), 다시물(2큰술), 소금을 추가해서 중탕으로 익혀낸다.


생선의 눈알이 투명색에서 하얀색이 될 때까지 익혀주며 중간에 남긴 쑥갓을 넣어 순이 죽으면 냄비바닥에 깔아 둔 행주를 이용해서 완성그릇을 꺼낸다. 완성그릇 외에 초간장(다시물, 간장, 식초)과 야꾸미(실파, 레몬, 무 간 것+고운 고춧가루)를 만들어 추가하면 끝이다. '도마술찜'은 제한시간 30분짜리로 19가지 일식요리 중에 제일 어려운 요리다. 이번 실습은 시간초과로 '탈락'이지만 실전에서는 '합격'을 기원한다.


이번 실습은 시간초과로 '탈락'이지만
실전에서는 '합격'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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