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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20. 2023

일본에도 소고기요리가 있다

소고기 간장구이(규유니쿠노 데리야끼)

일본요리는 대부분 생선요리가 많고 소고기 요리는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일본에서는 '육식금지령'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학원 요리 선생의 코멘트가 있었다. 섬나라여서 수산물이 많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을 금지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내용 확인을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사실이다. 그것도 자그마치 1200년 동안이라니 말이다. 정확하게는 675년(덴무 천왕)~1872년(메이지 천황)까지의 시절이고 1년 중 농경기간인 4월~9월에 한해서 특정동물(소, 말, 닭, 개, 원숭이, 닭고기)을 먹지 못하게 했다. 결국 오랜 시간 동안 일 년의 반을 금육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식문화는 퇴화되고 생선요리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결국 19세기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압박에 의해 문호가 개방되고 금육령을 해제하게 된 후에 고기요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국내에도 영향을 주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먹었던 경양식(일본식 서양요리를 일컫는 용어)의 대표요리인 '돈가스'는 금육령 해제 후에 서양요리(커틀렛, 슈니첼)에서 일본식 '명동 돈가스'가 되고, 그리고 다시 국내로 들어와 한국식 '남산 돈가스'가 됐다.




일식조리기능사 시험에 출제되는 19가지 요리 중에 고기요리는 2가지(소고기 간장구이, 소고기 덮밥)이다. '소고기 간장구이' 요리의 요구사항을 보니 '양념간장(다래)과 생강채(하리쇼가)를 준비하시오.'라고 쓰여있다. 순간,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다래장(달래장)'이 생각이 났다. 봄에 들판에 나는 '달래'를 송송 썰어서 간장에 넣어 만든 다래장은 반찬 없는 식탁에서는 밥만 비벼 먹어도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그런데 레시피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양념간장에는 '다간청설미 (다시마, 간장, 청주, 설탕, 미림)'을 섞어 만든다. '뭐지, 왜 달래가 안 들어가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기서 '다래(양념간장)'는 내가 생각한 '달래(봄나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에고, 역시나 '다래'는 일본어였다. '간장에 설탕, 미림 등을 혼합하여 오랫동안 졸여 만든 일본식 양념간장(데리야끼 소스)'을 말하는 거였다. 




찬물(1컵)에 다시마를 면포에 닦아 넣고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저내고 불을 끊다. 소고기는 1.5cm 두께로 잘라 양쪽면에 힘줄이 끊어지도록 칼집을 넣고 충분히 연육 후에 소금, 검은 후춧가루를 뿌려서 밑간을 해둔다.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최대한 얇게 편을 썬 후 다시 채을 썰어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뺀다.


양념간장(다래, 데리야기 소스)은 다시물(4큰술), 간장(2큰술), 청주(2큰술), 설탕(2큰술), 미림(2큰술)을 섞어서 만들어 놓는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구우면서 만들어 놓은 양념간장을 고기 앞뒤로 발라가며 굽는다. 고기를 조리는 동안 스푼으로 팬 속의 소스를 계속 고기에 뿌려준다.


구워진 고기는 3x1.5cm로 먹기 좋게 저며가며 자르고 완성접시에 물기를 제거한 깻잎을 깔고 올린다. 고기 위에는 산초가루를 뿌려준다. 추가적으로 생강채를 체에 걸러 물기를 짜고 봉곳하게 손으로 다듬어 고기옆에 장식한다. 평가를 마치고 생각을 살짝 고기 위에 올려 한 입 먹어본다. 달짝지근한 소스와 쌉싸름한 생강이 고기맛을 더해준다. 150년 전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 할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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