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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21. 2023

천사 같은 달걀요리

달걀찜 (차완무시)

한식조리기능사를 준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달걀지단'이었다. 지단 자체가 별도의 요리는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한식요리에 지단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흰자와 노른자를 불리해서 누러 붙지 않게 얇게 부쳐낸 후에 다시 가늘게 채를 썰어 고명으로 올려내야 한다. 붙여내는 과정 중에 구멍이 나거나 눌어붙어서 망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기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나를 괴롭혔다.


한식에서 나를 괴롭힌 달걀요리가 '지단'이었다면 양식에서는 '오믈렛'이 또다시 나를 힘들게 했다. 조그만 프라이팬을 이용해서 럭비공 모양으로 젓가락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오믈렛은 모양 만들기도 어렵지만 불이 조금만 세면 누렇게 색이 변한다. 그러다 보니 연습하느라고 계란 2판은 먹은 거 같다. 그러다가 만난 일식에서의 달걀찜은 나에게 천사같이 다가왔다.




요리선생의 설명을 듣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찰랑찰랑 흔들리는 일본식 달걀찜이 완성됐다. 물론 중간과정에서 달걀찜의 뚜껑을 닫지 않아 냄비뚜껑 물방울이 떨어져 표면이 거칠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주위의 수강생들은 처음 하는 일식 달걀찜이다 보니 어떤 이는 계란물이 익지를 않고 또 어떤 이는  너무 익혀 퍽퍽해지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주위에서 실력 있는 수강생으로 인식되었다. 소가 뒷걸음질 하다가 쥐 잡은 경우처럼 그냥 하다 보니 운좋게 제대로 달걀찜이 나왔다. 한번에 성공한 달걀찜을 보니 갑자기 달걀이 이뻐 보이기 시작했다. 입에서 닭똥 냄새가 날 정도로 달걀지단과 달걀 오믈렛을 만들었고 쳐다보기도 싫었던 달걀들이 말이다. 물론 두 번째 시도에도 천사 같은 계란찜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부담스럽지는 않다.




다시마가 끓으면 건져내고 불을 끈 후 가쓰오부시를 넣은 후 5분 있다가 면포에 걸러 다시물을 만들어 놓는다. 생선살과 닭살은 사방 1cm로 썰고 각각 생선살은 소금, 닭살은 간장양념으로 밑간을 하고 새우는 꼬지를 이용해 내장을 제거한다.


어묵, 표고버섯, 죽순도 사방 1cm가 되도록 썰어놓고 물이 끓으면 은행, 죽순, 생선살, 새우, 닭살을 순서대로 데쳐낸다. 밤은 쇠꼬챙이에 끼워 구워내고 사방 1cm로 썰고 데쳐낸 은행과 새우는 껍질을 벗긴다. 달걀을 풀어 다시물(1/2컵)을 붓고 청주, 맛술로 간을 한 다음 체에 내린다.


찜그릇에 썰어놓은 재료들을 담고 달걀물을 재료가 살짝 보일 정도로 붓고 냄비에 중탕으로 약불에서 12분 정도 찐다. 이때 찜그릇에 냄비뚜껑의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도록 작은 접시를 뒤집어 덮은 후에 냄비뚜껑을 덮어 익힌다. 달걀이 익으면 레몬껍질로 만든 오리발과 쑥갓을 올려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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