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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24. 2023

따로국수, 면과 국물이  따로

메밀국수 (자루소바)

물냉면, 짬뽕, 칼국수는 면과 국물이 한 그릇에 담긴다. 그런데 희한하게 면과 국물이 따로 제공되는 국수가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엄마손에 이끌려 동네 대중목욕탕을 가는 날이면 목욕 후에 약속이나 한 듯이 시원한 판메밀을 먹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목욕을 하고 나면 목욕을 싫어했던 나에게 보상이라도 하듯이 엄마의 단골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물론 겨울에는 판모빌집이 아닌 따로국밥집을 애용했다.)


판메밀을 주문하면 대나무 판에 얹어진 메밀면과 검은색 달짝지근한 육수가 따로 제공된다. 거기다가 무즙과 송송 썬 실파도 함께 나온다.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가 면을 육수에 말아먹는 것을 보면서 따라 해보지만 젓가락질이 서툴다. 겨우 잡은 면을 입속에 넣기를 몇 차례 실패하자, 엄마 젓가락이 면을 말아 내 입속으로 돌진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름에는 판메밀(소바)을 즐겨 먹는다.




강원도 막국수가 먼저인지 일본 소바가 먼저인지 정확하게 구분되는 자료는 찾을 수 없지만 메밀국수는 중국(7세기)에서 개발되어 한국(8세기)을 거쳐 일본으로 소개된 것으로 추정된다. 메밀은 루틴(rutin) 성분이 풍부해 고혈압, 통변, 이뇨작용, 혈액정화, 고혈압에 좋은 음식으로 국내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메밀국수, 메밀묵, 메밀 빙떡, 메밀 산자 요리가 있다.


냉 메밀국수를 일본어로는 '소바'라고 하며 일본식 소바(메밀국수)는 면을 얼음물에 씻어 간장소스, 무즙, 실파, 김채,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다. 소바는 고명을 얹는 방식에 따라 모리 소바(김이 들어있지 않은 소바), 자루 소바(김이 들어있는 소바), 텐자루 소바(튀김을 얹은 자루소바), 유부 소바(유부를 얹은 소바), 튀김 소바(튀김을 올린 소바) 등으로 구분된다.




찬물 2컵을 냅비에 붓고 다시마를 젖은 면포로 닦아 함께 끓이다가 기포가 생기면 바로 다시마를 건져내고 불을 끄고 가쓰오부시를 넣고 5분 정도 우려낸다. 냄비에 물을 끓여 메밀면을 삶아낸다. 이때 건면인 경우에는 4분 정도, 생면인 경우에는 2분 정도 끓이고 면이 익었는지는 한가닥 꺼내서 찬물에 넣고 면심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건져내서 찬물에 씻고 얼음물에 담가둔다.  


소바다시를 만들기 위해 '가간청설미(가쓰오 다시, 진강장, 청주, 설탕, 미림)'을 섞어 냄비에 설탕이 녹도록 살짝 끓이고 얼음물에 그릇채로 넣고 식힌다. 무는 강판에 갈아 찬물에 헹구고 실파는 가늘게 송송 썰고 김은 바짝 구워 대바칼로 얇게(4cm) 썰어낸다(하리노리). 와사비(고추냉이)는 동량의 물에 개어 뭉쳐내어 작은 그릇에 무즙, 실파와 함께 담아내고 면은 별도의 그릇에 두 덩어리로 말아서  올려내고 고명으로 김채을 얹는다. 식혀낸 소바다시 국물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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