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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ug 05. 2023

저도 저거 주세요

소고기 덮밥 (규우니쿠노 돈부리)

삼십 대 초반에 친구 세명이서 녹색 티셔츠에 '신토불이'를 한자로 인쇄해서 똑같이 입고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다. 호기롭게 출발한 여행이지만 불행하게도 세명 모두 일본어 소통이 되지를 않아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애를 먹었다. 아무리 그래도 음식주문까지 어려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동경 근처 음식점은 그래도 메뉴판에 사진도 있고 영문명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깊숙한 시골 음식점 메뉴판에는 사진도 영문명도 없었다.


그나마 식당 안에 손님이 있는 경우에는 빠르게 그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스캔해서 대충 먹을 만해 보이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주문을 대신한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저도 저거 주세요.'라는 간절한 눈빛을 발사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주문한 대부분의 음식은 바로 '돈부리(덮밥)' 였다. 공깃밥 위에 자작하게 국물이 젖어있고 소고기나 치킨이 얹혀 있고 하얀 양파채와 파란 실파가 얹혀 있어 젊은 여행자의 한 끼 식사로는 성공적이었다.

대충 먹을 만해 보이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주문을 대신한다. 




원래 돈부리(일본어: 丼物 )은 음식의 이름이 아니라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인 돈부리바치(일본어: 丼鉢)를 줄여 부른 이름이다. 덮밥을 담아 먹었던 그릇의 이름이 덮밥을 뜻하는 음식이름으로 변한 것이다. 밥 위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나 생선, 채소 등 다양한 식자재를 얹어 먹는다. 얹어 먹는 재료 이름뒤에 '동'이 붙어 요리의 이름이 형성된다.


'가츠동'은 밥 위에 돈카쓰를 얹은 뒤에 양파가 들어간 덮밥 소스에 달걀물을 풀어 끓인 것을 돈카츠 위에 덮은 음식이고 '규동'은 얇게 저민 소고기와 양파 등을 간장을 비롯한 소스에 넣어 달달 짭짭하게 끓여낸 후 밥 위에 올린 요리다. 그 외에도 '부타동(돼지고기)', '오야코동(닭고기)', '우나동(장어)', 카이센동(해산물)' 그리고 '덴동(덴푸라)' 등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나동'을 제일 선호한다.




다시마를 끓인 뜨거운 물을 가쓰오부시에 부어 5분 정도 지난 후에 면포에 걸러 낸 후 식힌다. 쇠고기는 최대한 얇게 편 썰고 부재료(양파, 실파, 팽이버섯)는 4cm 정도 길이로 썰어두고 달걀은 알끈을 제거하고 부드럽게 풀어놓는다.


나중에 덮밥 위에 올릴 '하리노리(김을 채 썬 것)'는 김을 불에 굽고 대바칼로 3cm 정도 길이로 얇게 채를 썰어 별도의 비닐봉지에 담아 놓는다. 돈부리다시(덮밥다시)는 '다간청설미(다시마, 간장, 청주, 설탕, 미림)' 를 5:1:0:1:1 비율로 만들어 조그마한 프라이팬(오믈렛용 팬 권장)에서 끓이면서 썰어놓은 고기를 넣고 익힌다.


추가적으로 양파, 팽이버섯, 실파(흰 부분)를 넣고 달걀물 줄알을 친다. 마지막으로 실파(파란 부분)를 올리고 준비된 밥 위에 올려내면 끝이다. 그 위에 고명으로 준비해 둔 채 썬 김(하리노리)을 올려준다. 20년 전에 일본에서 어깨너머 보았던 '소고기 덮밥'을 이젠 내가 직접 만들어 식탁 위에 올린다.

 일본에서 어깨너머 보았던 '소고기 덮밥'을
이젠 내가 직접 만들어 식탁 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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