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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ug 05. 2023

식당이름이 '북어국집'

서울 무교동 북어국집(since 1968)

'무교동 북어국집'은 오십 년이 넘게 식당운영을 했다고 하니 꽤나 오래된 식당이다. 내가 태어난 해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식당이지만 같은 서울 하늘아래에서 이제야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백 년 식당에서 배운 것들, 2021년, 박찬일>이라는 책을 읽고 그 책에 소개된 오래된 식당 20군데 중에 제일 먼저 찾은 곳이다.

'무교동 북어국집'은 오십 년이 넘게
식당운영을 했다고 하니 꽤나 오래된 식당이다.

가끔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방송프로그램에서는 몇 백 년이나 된 유럽의 오래된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심심치 않게 소개된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식당운영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 맛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백 년 이상 된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그 옛날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백성들이 즐겨 찾던 동네 주막이나 양반들이 나들던 요리집이 있을 만도 한데, 그 어느 것 하나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나마 오래된 노포(대대로 물려오는 점포)를 찾아 책으로 남겨준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같은 저자가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평일 점심식사를 할 요량으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렀다. 승용차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보여 버스를 타고 근처에 내려 네이버 지도를 이용해 식당을 찾았다.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빌딩에서는 여러 무리의 회사원들이 각자 정해둔 식당을 향해 물 밀듯이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내 발걸음도 같이 빨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역시 문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직 정오가 되려면 삼십 분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늘어선 줄끝에 서 있는데, 옆집 식당 주인이 나오더니 자기들 식당에 오는 손님들에게 방해된다고 줄을 벽 쪽으로 서 달라고 한다.


마침 북엇국집 직원도 길에 나와 줄 서기 정리를 벽 쪽으로 당부한다. 내가 보기에는 하루이틀 발생하는 일이 아닌 듯싶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 입장에서야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림 자체가 행복한 일이지만, 옆집 입장에서는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또다른 이에게는 불행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드디어 식당문을 통과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웨이팅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입구 쪽에 음식이 들락날락하는 커다란 창 안쪽에서 북엇국이 계속해서 토렴 되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 안쪽 식당 주방은 식당에 들어오는 모든 고객이 훤하게 보이도록 커다란 통창으로 뚫려 있었다.


오십 년 전 식당 주변 시장 사람들이 추위에 따뜻한 북엇국밥 한 그릇으로 몸을 녹이던 것이 전통이 되어 아직까지도 이 집에서는 토렴으로 북엇국을 뜨끈하게 덮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받아 든 북엇국이 쉽게 식지 않고 뜨뜻함을 유지한다. 한우 사골과 북어뼈로 우려낸 뽀얀 국물과 그 위에 둥둥 떠있는 부드러운 북어는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녹듯이 국물과 하나가 되어 목으로 넘어간다. 오십 년의 전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가늘게 썰어 넣은 두부도 남김없이 건져 먹을때 마다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함께 나온 동치미는 시원 칼칼한 맛이 아주 오래 묵힌 국물의 맛이다. 오이 장아찌도 자꾸 손이 간다. 반찬들도 어느 것 하나 나무날 데가 없다. 건더기를 모두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는 밥을 말아먹는다. 밥양이 살짝 적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미 배는 든든하다. 이런 식당은 앞으로 백 년 이상 더 운영하면 좋겠다.

이런 식당은 앞으로 백 년 이상 더 운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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