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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ug 09. 2023

우동의 변신

우동볶음 (야끼소바)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잘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일본영화 <러브레터,1999, 이와이 슌지 감독> 에서 눈이 쌓인 겨울날, 설원에서 여주인공(이츠키)이 두 손을 입가에 모으고 죽은 남친을 향해 소리치는 장면이다. 영화속 여인은 그렇게 외치고 나서는 왠지 따뜻한 우동이라도 한 그릇 먹으러 갈거 같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누구라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우동 한 그릇이 간절하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국물이 가득한 우동이 제맛이라면 여름철에는 볶음우동이 있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국물이 가득한 우동이 제맛이라면
여름철에는 볶음우동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물이 있는 우동보다는 볶음우동을 좋아하고 베트남 쌀국수보다는 태국식 볶음국수(팟타이)를 좋아한다. 희한하게도 일식조리기능사에 출제되는 19가지 요리 중에 국물우동은 없고 대신 볶음우동이 있다. 우동하면 일본의 대표 면요리인데도 불구하고 왜 우동대신 볶음우동이 출제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하나가쓰오(가다랑어포)가 흩날리는 볶음우동을 직접 만들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여러 종류의 조리기능사를 공부하다 보니 각 나라마다 대표하는 면요리를 만나게 된다. 한식에서는 비빔국수와 칼국수(조리기능사에는 없지만 조리산업기사에 출제)를  만나고  중식조리기능사에서는 짜장면과 울면을 만났다. 양식조리기능사에서는 스파게티(까르보나라, 토마토)를 배우고 일식조리기능사에서는 볶음우동 과 메밀국수(소바)를 배웠다.  


국가마다 대표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면요리들을 배우고 조리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물론 지금 시대는 어떤 면요리던지 먹고 싶으면 스마트폰으로 클릭 몇번이면 순식간에 배달된다. 하지만 사먹는 것보다는 직접 각국을 대표하는 면요리를 조리해 본 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일식은 '끓데졸구(끓일 것, 데칠 것, 졸일 것, 구울 것)' 순으로 조리한다. 우동 볶음은 끓일 것이 없음으로 '데칠 것(새우, 오징어, 우동면)'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물을 끓인다. 물을 끓이는 사이에 재료들을 손질한다. 숙주는 꼬리와 머리를 잘라 준비하고 야채(당근, 양파, 피망)와 표고버섯은 우동 굵기로 4cm 길이로 자른다.


새우는 이쑤시개로 내장을 제거하고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안쪽에 사선으로 그물망 모양으로 칼집을 넣고  가로로 자른다(1x4cm). 오징어는 세로로 자르면 데칠 때 동그랗게 말림으로 주의해야 한다. 물을 끓으면 손질한 새우와 오징어를 데치고 우동면을 데쳐서 찬물에 식혀둔다. 데치기가 끝나면 '졸일 것(볶음우동 소스)'을 만든다.


소스는  일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간청설미 (다시마, 간장, 청주, 설탕, 미림)' 중에 간장(1큰술), 청주(2큰술), 미림(1큰술)을 넣고 소스가 2큰술 될 때까지 졸여서 준비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에서 양파, 당근, 표고, 숙주를 볶고 센 불로 높여 면, 소스, 오징어, 새우, 피망순으로 볶은 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첨가한다. 완성그릇에 담고 '하나 가쓰오'를 얹어 낸다. 하나 가쓰오가 춤을 추면서 나를 기다린다.


[사진] (좌) 하나가쓰오(고명용) 와 가쓰오부시(국물용)  (우) 레시피
[동영상] 집에서 만들어본 우동볶음(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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