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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Sep 26. 2023

함박스테이크에 김치소스라니

김치소스 함박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와 김치가 잘 어울릴까? 처음 요리이름을 들었을 때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BTS(방탄소년단) 노래가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하고 케이팝(K-Pop)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듯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케이-푸드(K-Food)의 일환으로 외국음식에 한식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아닌가 싶었다.


케이-푸드(K-Food)의 일환으로 외국음식에
한식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웬걸~' 조리가 완성된 김치소스 함박스테이크를 한입 베어 문 순간, 아삭한 볶음 김치가 살아있는 소스의 풍미는 함박스테이크의 맛과 격을 한 단계 높여주었다. 물론 내가 한국사람이다 보니 그런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듯 싶다.


김치소스에는 잘게 썰은 김치를 베이스로 토마토 페이스트, 토마토케첩, 마늘, 설탕 외에도 양식의 감초역할을 하는 양파와 당근이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파슬리 가루도 뿌려준다. 고기가 오븐에 익으면 그 위에 김치소스를 얹고 다시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 후에 다시 오븐에 굽는다. 김치를 제외하면 모두 서양요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들이다.



함박스테이크는 '햄버거 스테이크(hamburger steak)'를 국내에서 일컫는 용어이다. '독일 함부르크 스타일의 구운 소고기'란 뜻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출신 개척자들에 의해 전해진 음식이다. 소고기 분쇄육을 도톰하고 둥글 납작하게 만들어 구운 것으로 전통적인 미국식 바비큐의 기본 구성요소로서 빵 사이에 야채와 함께 끼워 먹는 '햄버거'가 바로 함박스테이크를 응용한 음식이다.


양식조리기능사 시험에 출제되는 요리 중에는 함박스테이크와 유사한 '살리스버리 스테이크(salisbury steak)'가 있다. 영국식 발음은 '솔즈베리 스테이크', 미국식 발음은 '솔즈베리 스테이크'인데 국내에서는 철자법 그래로 '살리스버리 스테이크'라고 읽는다. 다진 고기를 굽는다는 것은 고기를 연하게 먹게 하기 위함이다. 질긴 고기를 연하게 다져서 먹는 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한식에서는 '떡갈비'가 이에 해당한다.




1,500명에게 인당 1개씩을 급식하기 위해선 최소한 1,500개의 함박 스테이크가 필요하다. 새벽에 배송된 함박스테이크 냉동육은 곧장 냉동고에 보관된다. 조리가 시작되자마자 냉동고에 쌓여있던 냉동육을 모두 꺼내서 비닐포장을 벗겨내고 오븐 트레이마다 28개씩 넣고 160도에서 20분간 구워낸다.


구워내는 동안 한쪽에서는 김치소스를 만든다. 잘게 썰은 김치를 양파와 섞어 기름을 추가해서 센 불에 볶아낸다. 야채로 인해 생긴 국물은 소스를 바를때 흘러내리기 때문에 국물을 국자로 퍼내면서 은근히 졸여준다. 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 토마토 케첩을 넣고 설탕, 다진 마늘도 추가해서 걸쭉한 소스를 만들어 별도의 용기에 담아둔다.


또 다른 용기에는 모차렐라 포장비닐을 뜯어 한 곳에 쏟아부어 놓는다. 오븐에서 구워진 함박스테이크 트레이를 꺼내 각각의 스테이크 위에 김치소스를 수저로 퍼올리고 그 위에 모차렐라를 뿌려주고 다시 오븐에 넣고 180도에서 7분간 2차로 구워낸다.


마지막 단계로 초등학교 각 반으로 배송을 위해 사각바트(용기)에 구워낸 함박스테이크를 모두 담았으나 빈 용기가 10개나 된다. 거의 300개의 함박스테이크가 모자란다.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선임조리사는 냉동고를 확인하고 아연질색했다. 새벽배송 때 양이 많아서 보조 냉동고에도 함박스테이크 비닐포장을 30봉지(총 300개) 정도를 별도 보관했던 것이다.

 거의 300개의 함박스테이크가 모자란다.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아침에 봉지를 냉동고에서 꺼낸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젠장, 내가 제대로 확인을 못해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머리가 하해지고 다리가 후덜거렸다. 물론 모자 났던 300개는 선임조리사의 지휘아래 다시 1차 오븐, 소스 얹고 치즈뿌리고, 2차 오븐 과정을 되풀이해서 겨우겨우 시간 내에 배식을 했다. '초짜 조리사'의 숨 넘어갈 뻔한 하루였다.


[사진] 차조밥, 콩나물찌개, 김치소스 함박스테이크, 미역줄기볶음, 오이부추무침,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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