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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Oct 07. 2023

삼치에서 빗소리가 들리다

삼치튀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지글지글, 타닥타닥~'  

양철지붕 위에 비가 내리면 마치 기름에 빈대떡이 튀겨지는 소리가 난다. 그런 날이면 여지없이 막걸리가 당긴다.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들리면 몸은 무조건 반사를 일으킨다. 머리속에는 비가내리는 연상과 함께 바싹하게 잘 튀겨진 빈대떡 위에 어리굴젓을 살짝 올려 안주삼아 막걸리 한사발을 꼴깔꼴깍 넘긴다. 대용량 튀김솥에서 들려오는 '삼치'가 튀겨지는 소리는 가을비처럼 감성을 적셔온다.  


 '삼치'가 튀겨지는 소리는
가을비처럼 감성을 적셔온다.  


하얀 튀김가루를 뒤집어 쓴 삼치는 펄펄 끓는 기름속에서 빗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겉색깔이 하얀색에서 갈색으로 변할수록 그 소리는 강해진다. 처음에는 가라앉아있던 삼치조각들이 세상에 인사라도 하듯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때가 타이밍이다. 잘 익은 삼치튀김을 건저올릴 타이밍이 아니라 휘휘 저어주어야 한다. 위아래, 좌우를 골고루 익혀주기 위해서다. 오늘 조리의 유일한 미션이기도 하다.




삼치는 등푸른 생선으로 붉은살생선과 흰살생선의 중간쯤 되는 맛이 나고 비린내는 거의 없으며 식감은 부드럽다.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등푸른생선이기 때문에 불포화 지방산 함유량이 높으며 고등어 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몸집이 크고 살이 많고 뼈도 발라먹기 좋기 때문에  구워먹고, 졸여먹고, 튀겨먹는다. 특히 튀김옷을 입힌 삼치튀김은 소스를 발라 먹어도 맛있는데 식감이 장어 양념구이와 비슷한 맛이 나기도 한다.


삼치튀김은 초중고 급식에 가끔 나오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고 군대에서는 '삼순튀(삼치 순살 튀김)' 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치구이는 직장인들이 편하게 술한잔 하고 싶을때 찾는 메뉴이다. 하지만 식당에서는 늘  삼치구이를 먹을 것인지, 고등어 구이를 먹을 것인지 고민을 한다. 그럴때 나의 판단기준은 간단하다. 소주가 당길때는 고등어구이를 먹고 막걸리가 당길때는 삼치구이를 먹는다.




새벽에 배송된 영하 7도로 냉동된 삼치살은 총 75kg으로 조각으로 따지면 거의 1,600조각이 된다. 배송되자마자 커다란 사각 용기에 냉동된 삼치살을 모아 넣고 물을 채워 해동을 시킨다. 한 시간쯤 지나서 물을 빼고 소금을 골고루 뿌려준다. 소금을 뿌려주는 이유는 간을 맞추는 것도 있지만 생선살을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소금을 뿌지면서 양손을 크게 벌려 좌우로 휘휘 저어주며 위아래를 골고루 섞어준다. 추가적으로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후추, 청주, 생강을 섞어준다.


생선살이 단단해지고 밑간이 잘 베인 삼치살은 구멍이 숭숭 뚫린 대야(조리실에서는 '빵빵이'라고 부름)에 옮겨 담아 수분을 충분히 빼준다. 수분이 충분히 빠지지 않으면 기름에서 튀겨질 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튀김용 가루는 튀김가루에 전분가루를 섞어서 만들어 삼치살에 골고루 묻히고 기름솥에 넣어준다. 이때 부서져 둥둥 떠다니는 튀김가루는 재빨리 작은 뜰채로 거둬낸다. 튀김가루들이 기름 속에서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생선살이 익으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면 저어주면서 생선살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튀겨준다. 내 눈에는 분명히 갈색으로 익어서 건져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선배의 명령을 기다린다. 아직은 그 적절한 타이밍을 모르겠지만 선배의 신호를 기다린다. '바삭바삭' 하게 튀겨진 삼치튀김이 뜰채를 통해 손 끝에 전해진다.  잘 튀겨졌다는 생각에 입안에 침까지 고인다. 커다란 기름솥에는 여전히 빗소리가 들려온다. 천오백 명을 먹이려면 한참을 더 튀겨야 한다.

천오백 명을 먹이려면 한참을 더 튀겨야 한다.
[사진] 현미밥, 순두부찌개, 삼치튀김, 달걀찜, 총각김치, 귤
[사진] 남성시장 생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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