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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Oct 11. 2023

육계장 아니고 닭개장

닭개장 (초등학교 급식소에서)

'풍덩, 풍덩~'  커다란 솥단지에 물이 끓고, 세척된 닭 반마리 덩어리들을 연속해서 던져 넣는다. 새벽에 배송되어 냉장고에 보관되었던 포장된 닭을 꺼내 비닐봉지를 뜯고 커다란 사각 용기에 모아 담고 솥단지 근처로 이동한다. 수도꼭지를 틀어 흐르는 물에 닭 갈비 안쪽을 훑어서 고여있는 불순물을 제거한다. 닭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이다.


선배의 시범이 그래도 눈에 확실하게 들어온다. 그나마 중식요리를 배울 때 라조기, 깐풍기를 만들면서 닭 반마리를 손질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완전 초짜라면 닭세척 과정을 물마사지 정도로만으로 끝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이 된다.  닭을 끓이는 동안 거칠게 썬 파와 양파를 넣고 마지막으로  청주를 부어 다시 한번 잡냄새를 제거해 준다.




'김치찌개'인지 '김치찌게'인지 자주 헷갈리는 것처럼 '육개장'인지 '육계장'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물론 '육개장'이 맞고 '육계장'은 틀린 표기방법이다. 흔히 닭고기가 들어가서 닭계자를 써서 육, 계, 장이라고 혼돈할 수 있지만 명백하게 닭이 들어간 음식은 '닭개장'이다.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명백하게 구분이 된다. 음식의 기원은 '개장국'에서 시작해서 '육개장' 그리고 '닭개장'으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몸보신을 위해서 '개'를 사용하다가 '소고기(육)'로 바뀌면서 '육개장'으로 되었고 다시 '닭'을 사용하면서 '닭개장'이 되었다. 원조가 개장국이다 보니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강한 양념으로 매운 고춧가루나 산초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조리방법은 육개장과 비슷하지만  버섯을 넣은 '버섯 육개장'도 있고 대파의 양을 늘리고 무, 토란대등을 넣지 않고 대파만 가득 넣어 끓인 '대파육개장'과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개장(야채)', '두 개장(콩)'도 있다.

'소고기(육)'로 바뀌면서 '육개장'으로 되었고
다시 '닭'을 사용하면서 '닭개장'이 되었다.



잘 익은 닭을 건져내서 어느 정도 식혀준 다음, 여러 명의 조리원들이 달라붙는다. '발골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과정은 완전 수작업이다. 손에 면장갑, 고무장갑을 이중으로 꼈지만 그래도 뜨겁다. 한쪽에서는 뼈와 살을 눌러서 커다랗게 살덩어리를 분리해서 모아두면 다른 한쪽에서는 살덩어리를 다시 가늘게 찢는 작업을 한다.


확실히 여성 조리원들이 잘 찢는다. 어려서부터 꼬집기를 잘해서 그런지 가늘게 잘 찢어낸다. 발골된 뼈는 육수통에 담겨 다시 솥단지 속으로 들어가고 닭개장에 넣을 야채도 준비된다. 고사리, 토란대는 삶아진 채로 배송이 되어 별도로 삶아내는 과정을 빼고 잘게 자르고 대파도 큼지막하게 송송 썰어내고 마지막으로 양파와 마늘도 손질한다.  


양념장으로 간장, 고춧가루, 소금, 후추에 멸치액젓을 넣고 손질한 야채들과 잘게 찢어낸 닭고기를 넣으면 끝이다. 펄펄 끓어오르는 닭개장에 떠오르는 거품을 걷어내 준다. 맑은 국물과 닭의 누린내를  제거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완성된 닭개장을 각 반에 배식하기 위해 소분하는 과정에서 웬일인지 닭고기들이 잘 보이 지를 않는다. 너무 잘게 찢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인터넷 제공)


[사진] 차조밥, 닭개장, 메추리양송이조림, 오징어볶음, 배추김치, 요구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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