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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Oct 27. 2023

나는 김치가 싫었다

김치전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김치찌개, 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물김치 등등. '김치'가 들어가는 낱말은 무조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나의 별명이 되었다. 왜냐하면 내 이름 석자에 '김치'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뭐, 항상 초댕이 시절에 별명은 이름이나 성에서 따오는 것이 유행이었던 시절이었다. 


사십 년이 지나서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도 친구들은 이름보다도 별명을 먼저 떠올린다. 지금이야 다 지나간 추억이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부터는 어린 시절의 별명으로 놀리는 일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때는 그 별명이 정말 싫었다. 그렇다고 '김치' 자체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마니아에 속한다. 지금도 끼니마다 꼭 챙겨 먹는다. 거기다가 비 오는 날 막걸리가 생각나면 함께 먹는 안주로 '김치전' 만한 것이 없다. 칼칼하게 잘 숙성된 김치가 잘게 썰어져서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김치전은 막걸리의 맛을 배가 시켜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마니아에 속한다. 




전을 부치는 전판에는 어른 손바닥 두 개 크기 김치전 삼십 개 정도가 한꺼번에 지글지글 익고 있다. 겉이 단단하게 익으면 재빨리 뒤집어서 반대편도 노릇노릇 잘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전을 뒤집을 때는 뒤집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무장갑 낀 손을 제대로 활용해서 전을 누르기도 하고 기름에 고무장갑이 직접 닿기도 한다. 


고무장갑 없이 맨손으로 하면 십중팔구는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움이 고무장갑, 속장갑을 타고 손바닥에 전달된다. 전부 치는 것을 모두 마치고 점심시간에 선배의 손을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김치전 색깔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전을 부치는 기술도 나름 고난도 이기 때문에 다행스럽게(?) 초짜인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대신 내가 담당하는 일은 다 부친 전을 자르고 용기에 담는 것이다.




잘 익은 김치전 세장을 겹쳐서 도마 위에 올려주면 바로 칼로 4등분을 하고 등분마다 겹쳐있는 조각을 살짝 칼끝으로  계단식으로 만들어 바트(반찬을 담는 스테인리스 사각통)에 담는다. 뜨거운 상태임으로 자른 상태로 담으면 나중에 아이들 별로 배식할 때 눌어붙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바트 뚜껑도 한 김이 지난 다음에 닿는다. 너무 빨리 뜨거운 상태에서 닫으면 바트 내부에 물방울이 생길 수 있음으로 주의해야 한다. 세장이 겹쳐진 김치전의 상태에 따라 어떤 것은 완전히 익혀서 단단하기도 하도 또 어떤 것은 흐르적 거리기도 하다. 너무 익은 것은 끝자락이 너무 바삭하다 보니 부서지고 무른 것은 또 뭉개지기도 한다. 


바삭해서 도마 위에 부서진 조각은 바트에 담지 않고 중간중간 정리해서 버린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바삭하고 맛있어 보이는 조각을 입안에 넣어본다. 고소하면서 약간 시큼한 김치전의 냄새가 코를 타고 뇌를 자극하니 갑자기 입안에 침이 고인다.

고소하면서 약간 시큼한 김치전의 냄새가
코를 타고 뇌를 자극하니 갑자기 입안에 침이 고인다.



* 김치전에 들어가는 재료[1인기준]: 김치(33.05그램), 튀김가루(1.32그램), 부침가루(7.27그램), 밀가루(5.29그램), 달걀(3.06그램), 양파(5.81그램), 실파(1.73그램)


* 대문사진: 인터넷 제공(픽사베이)


[사진] 카레라이스, 김치전, 추러스, 식혜,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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