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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Nov 05. 2023

오징어채무침에 계란이라니

우엉 오징어채볶음(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원 한분이 급하게 다가와서 외쳤다. "어쩜 좋죠, 오징어채에 마요네즈를 넣고 버무리고 말았어요." 나는 그 말에 '허걱!' 정신이 아찔했다. 아니, 오징어채무침에 마요네즈가 들어간 다는 것을 몰랐다.  마요네즈가 들어가면 마요네즈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 반찬은 마요네즈를 빼고 만들었어야  한다. 내가 이번주 알레르기 담당인데 아침 조회시간에 포스트잇에 미리 태그를 만들어 놓고 다른 조리원들에게 말하는 것을 놓친 것이다.

 

 "어쩜 좋죠,
오징어채에 마요네즈를 넣고 버무리고 말았어요."


그 사실을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리원 선배는 무의식적으로 마요네즈 알레르기 학생을 위해 마요네즈를 무치기 전에 별도의 오징어채를 분리해서 조리하려 했던 것이다. 마요네즈에 반응하는 알레르기가 해당하는 학생은 엄밀하게 따지면 '계란'에 반응하는 학생이다. 왜냐하면 마요네즈는 주성분이 '계란 노른자'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얼른 조리실에서 나와 휴게실로 뛰어가 조견표를 확인해 보니 대략 13명 정도가 해당되었다.


미친 듯이 포스트잇에 ' 우엉오징어채 무침(마요네즈)_계란, 3-6 김ㅇㅇ'을 써서 13장 만들어 13개의 반찬통 뚜껑에 붙였다. 그러는 사이 선배 조리원은 벌써 마요네즈가 들어가지 않은 13인분의 오징어채가 조리된 프라이팬을 테이블 위에 놓고 다시 1,500인분 오징어채를 조리하러 사라진채였다. 불과 10분여 사이에 일어난 비상사태였지만 그렇게 또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오징어채무침'은 '진미채무침'이라고도 한다. 엄밀히 따지면 진미채는 국내의 기업에서 오징어 관련 가공식품을 만든 '상품명'으로 상표명이 보통명사화된 경우이다. 어찌 되었던 오징어무침은 주로 양념을 한 볶음요리로 많이 조리되며 제대로 양념한 오징어채 볶음은 훌륭한 밥반찬이며 소주 술안주로도 사용된다. 물론 생맥주집에서는 고소한 땅콩과 함께 양념하지 않은 짭짤한 오징어채가 맥주 술안주로도 탈바꿈한다. 


오징어채 무침은 주로 간장과 물엿에 오징어채를 넣어 짭짤하면서도 달달고소하게 볶아 만들거나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을 섞은 양념을 볶아 매콤하고 쌉싸름하게 만들기도 한다. 흔하게 식당에서 자주 접하는 오징어채무침은 대부분 고추장 양념버전이고 국군 병영식으로 자주 나오는 오징어채무침은 마요네즈로 맛을 낸다. 오늘 초등학교 급식에서 조리한 오징어채무침은 고추장양념과 마요네즈를 모두 함께 섞은 조리방법이다.


거기다가 추가적으로 우엉의 아삭한 맛이 더해져 반찬은 하나의 요리가 되었다.  우엉은 별도의 커다란 냄비에 진간장, 흑설탕, 맛술, 올리고당, 참깨등으로 졸여진후  오징어채 무침에  더해져 하나의 '우엉오징어채무침'으로 조리되어 아이들의 식판에 올랐다. 조리방법은 하나가 더해서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오징어채무침' 보다는 '우엉오징어채무침'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오징어채무침' 보다는 '우엉오징어채무침'에
한 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진] 유기농 나물소고기밥, 양념간장, 유부된장국, 우엉오징어채볶음, 립바베큐, 젤리스틱, 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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