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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Nov 06. 2023

니들이 '꿔바로우'를 알아

꿔바로우 탕수육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아저씨, 꿔바로우 더 주세요." 아이들이 식판을 들이민다. 학교에서 교실배식을 하다보니 점심식사전에 각반으로 모든 점심메뉴가 이동되고 배식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밥을 먹는다. 그 이후에 아이들이 간간이 급식실을 찾아온다.  밥이 모자라면 밥을 더 달라고 하고, 반찬이 부족하면 반찬을 더 달라고 한다.

"아저씨, 꿔바로우 더 주세요."

선생님이 시켜서 몇 명분을 모아서 한꺼번에 받으러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먹고 싶어서 직접 급식실을 오는 아이들도 있다. 급식실에서는 교실배식을 위해 각반에 밥, 국, 반찬 그리고 식판과 집기류를 보내고 나서 별도로 여유분으로 급식실 입구 쪽에 밥, 국, 반찬을 준비해 놓는다.


물론 고학년(5학년, 6학년)은 저학년보다 밥도 많이 먹고 반찬도 많이 먹기 때문에 배식할 때 양을 조절한다. 같은 학년에서도 특히 많이 먹는 반은 또다시 구분해서 양을 조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찬의 종류에 따라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음식의 양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여분의 음식을 급식실에서 준비해 놓는 것이다.




아이들의 입에서 직접 '꿔바로우'라는 말을 하는 것이 놀랍다. '꿔바로우'는 감자 전분으로 튀김옷을 입힌 돼지고기를 기름에 두 번 튀겨서 새콤달콤한 소스를 부어 먹는 중국 둥베이 지역(동북, 만주지역) 요리이다. 청나라 때 외국사신(특히, 러시아인) 입맛에 맞추기위해 새콤달콤한 소스를 만들면서 발달한 요리라고 한다.


쉽게 말해 중국사람들이 본토에서 먹는 요리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탕수육과는 결이 약간 다르다. 물론 국내에서는 '꿔바로우'도 크게 보면 '탕수육'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중국식 찹쌀 탕수육'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중국요리를 좀 먹어본다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요리이다.


나도 '꿔바로우'라는 요리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발음조차 하기 힘들었고 대여섯 번 정도 먹고 나서야 겨우 이름을 외웠다. 그런데 이제 갓 10살 정도 된 아이들의 입에서 '꿔바로우'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니들이 '꿔바로우'를 알아?라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니들이 '꿔바로우'를 알아?라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식용유가 펄펄 끓는 튀김솥에 '지글지글' 돼지고기가 튀겨진다. 새벽에 배송된 '꿔바로우'는 냉동포장되어 급식실 냉동고에 보관되었다가 상온에서 해동되어 바로 기름 속으로 들어간다. 튀김요리는 뭐니뭐니해도 갓 튀긴 상태가 제일 맛있다. 바삭하게 튀긴 고기는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 지기 때문이다.


탕수육은  시큼 달콤한 소스와 함께 먹는 게 제맛이지만  소스 없이 먹는 것도 괜찮다. 입속에서 '와그작' 하고 부서지는 꿔바로우 조각이 입속에서 산산조각 나고 고기의  말캉거림이 혓바닥에 착 달라붙는다. 돼지고기를 튀기는 옆에서는 파인애플을 자르고 피망, 양파, 당근을 자른다. 탕수육소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소스에 들어가는 야채와 과일을 자른 후에는 토마토케첩, 식초, 전분, 설탕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배식을 위해 반에 음식을 이동할 때는 고기와 소스가 별도의 용기에 담긴다. '꿔바로우'에 친숙한 요즘의 아이들이 어른세대보다 더 윤택해지고 똑똑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불어서 행복감도 더 높았으면 좋겠다.

더불어서 행복감도 더 높았으면 좋겠다.

[사진] 현미밥, 근대된장국, 꿔바로우&소스, 쑥갓느타리무침, 감말랭이, 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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