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부부여행
도심 한복판에 차가 쌩쌩 달리고 있지만 어느새인가 보도블록 위에 설치된 화로대에서는 연기가 힘차게 피어오르고 있다. 스무 개 남짓한 노천 가계에 놓인 화로대 앞에서는 등뒤에 번호가 커다랗게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상인들이 메뉴판을 들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길 건너에서 매의 눈으로 관찰하던 일행이 '픽' 한 번호는 'No 9'이다. 유난히도 화로대 연기가 골고루 잘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가게였다. 미리 꼬치구이 세트를 주문하고 번호표를 받아 두었다. 5...4...3...1. 하고 정각 저녁 7시가 되자마자, 도로 양끝에는 차단막이 설치되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조립식 탁자가 줄지어 설치되자마자 기다리던 손님들은 보도블록 위에 쌓여있던 플라스틱의자를 챙겨서 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 일행도 의자 4개를 챙기고 앉자마자, 시원한 타이거 생맥주를 꿀꺽꿀꺽 거침없이 쏟아부었다. '캬~아! 시원하다.' 도심 한복판 노천식당에서 느끼는 생소하지만 추억에 남는 '싱가포르의 맛'이다.
생소하지만 추억에 남는
'싱가포르의 맛'이다.
한 달 전, 대학 친구네와 부부동반 식사를 하던 중에 우연히 '싱가포르 여행'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30년 직장생활을 퇴직하고 나서 아내와의 해외여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때였고, 친구도 올해부터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시기여서 바로 의기투합했다.
원래 친구 부부들이 오랜만에 모이면, 의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집에 와서는 흐지부지 없었던 일로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날 저녁에는 귀가하자마자 여행상품을 고르고 예약금을 송금해 버렸다. 내가 보기에도 전에 없던 '전광석화' 같은 실행력이었다. 나도 나였지만 친구도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덕분에 결국 부부동반 싱가포르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고맙다. 친구야!!!'
'고맙다. 친구야!!!'
싱가포르의 떠오르는 랜드마크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gen's by the bay)'는 거대한 식물원이다. 서울에서 누군가가 식물원에 가자고 제안한다면 바로 대답했을 것이다. '거길 왜?'라고 말이다. 물론 등산을 좋아하고 나무와 꽃을 사랑하게 된 중년의 남자이긴 하지만 왠지, 식물원에 돈까지 주고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잘 사는 도시국가에서 내세우는 랜드마크답게 그 규모가 웅장하고 전 세계에 분포한 식물에서부터 멸종위기의 식물까지 다채로운 식물을 볼 수 있었다. 특히나 야간에 관람한 '슈퍼트리 가든 랩소디쇼(Super tree garden rhapsody show)'는 싱가포르 여행의 강추코스이다.
사전에 가이드가 알려준 광장 길거리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벌러덩 누워서, 하늘 위를 수놓는 커다란 슈퍼트리 가지에서 번쩍이는 휘황찬란한 LED 쇼와 뮤직은 우리를 '아바타' 영화 속의 인물들로 동화시켰다. 정말 희한한 것은 오십 대 중반의 나이에 먼 타국땅 길거리에 벌러덩 누울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과 함께 누울 수 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덜 창피하고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덜 창피하고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모두투어, 싱가포르 3박5일 <1일자유/노쇼핑> [월드체인호텔]
1일차: 싱가포르 국립식물원, 에메랄드 힐, 오차드 로드, 가든스 바이더 베이, 슈퍼트리 가든 랩소디쇼
2일차(자유): 리틀 인디아거리, 국립박물관, 카약토스트식당, 마리나베이 쇼핑몰, TWG 티 카페, 사태거리
3일차: 센토사섬 케이블카, 루지(액티비티), 실로소 비치, 머라이언 공원, 두리안 빌딩 공연장, 유람선(옵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