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공간

정신이 몽롱해지는 시험장

자동차 정비산업기사 실기시험

by 소채

"12번 수험자는 전기시험 파트로 이동하세요."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시험장으로 커다란 공구통을 들고 이동했다. 등에 붙은 수험표는 아침 일찍 제비 뽑기로 뽑은 행운의 숫자이다. 이 숫자는 하루종일 내 이름을 대신한다. 스무 명 정도의 수험생은 일사불란하게 모든 시험과목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각각의 파트에 나뉘어 배정된다.


"12번 수험자는
전기시험 파트로 이동하세요."


엔진파트, 새시파트 그리고 전기파트로 구분되어 12번 등번호는 전기파트부터 시작을 한 것이다. 전기파트는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라서 자신 있게 대기자석에서 기다리다가 감독관의 호명에 따라 총 14 과제 중 '와이퍼 작동 전압 측정'을 시작으로 자동차 정비산업기사 실기시험의 포문을 열었다.


웬만하면 긴장을 하지 않는다. 바로 몇 분 전만 하더라도 시험장 밖에서 스트레칭도 하고 심호흡도 하면서 나름 여유로운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시험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실기 시험 합격여부는 연습량에 달려 있습니다." 기술교육원 교수님이 자격증 교육을 시작할 때 해준 말이다. 필기시험은 한달간 독학으로 별 어려움 없이 합격을 했지만 정작 실기시험은 혼자 준비할 일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기술교육원을 찾아내고 등록해서 또다시 한 달 동안을 매달렸다.


"실기 시험 합격여부는
연습량에 달려 있습니다."


거의 매일, 수업시간 전에 가서 전날 배운 것들을 복습하면서 몸으로 연습했다. 남들이 한번 할 때 나는 두 번 하고, 남들이 두 번 할 때 세 번 하려고 했다. 토요일 수업도 빼먹지 않고 하루종일 실습을 하고, 한 달간의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연습을 위해 기술교육원을 방문해서 실습을 했다.


시험 보기 전주에는 근무하는 대학에 내려가 학교 기자재를 활용해서 다시 연습을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실기 연습은 스스로 위안을 주기는 했지만 결국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첫 시험 과제를 해결하는 동안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제공된 전기회로도의 기호와 숫자들은 꾸물꾸물 움직이는 벌레와 같았다. 도대체 눈에 제대로 꽂히지가 않았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회로도를 해석하고 정확한 측정을 해야 하지만 가빠진 호흡과 충혈된 두 눈에는 더 이상 연습할 때의 여유 있는 수험자가 아니었다.


멀티 테스터기를 활용해서 측정하고 전압수치를 읽고 답안지에 기재했다. 기재 중에 위아래칸 수치를 반대로 기재해서 두줄을 긋고 다시 기재했다. 규정값을 보니 교육원에서 연습하던 수치와는 차이가 있어서 당황했다. 뭔가, 시작부터 꼬인 느낌이다.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순간부터였다.


규정값을 보고 다시 측정하니 웬일인지 수치가 다르게 나왔다. 다시 두줄을 긋고 기재했다. 시험지에 측정값과 조치사항을 마무리하고 보니 글자색이 파란색이다. '아뿔싸! 삼색볼펜이 사고를 쳤다.' 다시 글자를 지우고 검은색으로 다시 썼다. 그러는 사이에 답안지가 엉망이 되었고 더불어 영혼도 함께 가출해 버렸다.


크게 심호흡을 두 번 정도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두 번째 과제부터는 조금씩 안정이 되면서 마지막 과제까지 큰 실수 없이 무사히 마쳤다. 어렵다고 하는 엔진(가솔린,디젤) 시동 두 건도 가뿐하게 통과했다. 당장 합격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다. 두 달 정도의 여정이 나름 보람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실기시험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사진] 자동차정비 산업기사 공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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