묽거나, 되거나

카레라이스 (명동 밥집)

by 소채

'큰일 났다!!! ' 오후에 새로 만든 카레가 평소에 먹던 걸쭉한 카레라이스가 아니라 카레국이 되고 말았다. 주방실장께서 오후 반차로 안 계신 틈을 타고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다. 남아있던 식재료가 적은 탓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물을 과하게 부었다. 오후에 사용하려고 남겨두었던 감자, 당근, 완두콩, 샐러드, 양파, 사과 그리고 삶은 닭가슴살(1바트,용기) 까지 탁탁 털고 남아있던 카레(1kg) 6 봉지도 모두 넣고 한참을 끓였지만 좀처럼 걸쭉해지지를 않는다.


'큰일 났다!!! '


혹시라도 걸쭉함을 더하기 위해 '전분 가루'가 있는지 뒤져보았지만 역시 없다. 하지만 대신 '양송이 크림수프' 가루가 눈에 띄어 그거라도 넣으면 걸쭉한 느낌이 날 것도 같은데 옆에 있던 연배 지긋한 자매 봉사자들이 만류한다. 그걸 넣으면 카레 본연의 맛이 없을 질 거 같다는 것이다. 결국 크림수프 사용을 포기하고, 계속해서 카레국(?) 졸이기를 한동안 이어갔다.




카레라이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쏘울푸드(soul food)'이다. 어린 시절 카레라이스가 흔하지 않은 시절에도 가끔씩 어머니는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주셨다. 약간은 거무튁튁한 카레 덩어리를 뚝뚝 잘라서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끓이던 그녀의 뒷모습과 방안에 퍼지는 독특한 카레향은 고스란히 추억으로 저장되어 아직까지도 카레향을 맡으면 그때의 감성이 선명하게 소환되곤 한다.


카레라이스는
'쏘울푸드(soul food)'이다.


카레의 원조는 인도요리이다. 인도에서 널리 쓰는 소스인 '커리(curry)'가 영국에서 자국의 요리인 '스튜'와 접목이 되었고 다시 일본으로 전해져서 세계 최초의 '레토르트(retort, 간편식 가공식품) 카레'가 개발되었다. 그 후에 국내에서는 오뚜기 카레를 중심으로 레토르트 식품이 대중화되었다. 현재까지도 인도와 영국에서는 '커리' 라고 하고 일본과 국내에서는 '카레(라이스)'라고 표기해서 사용하고 있다.




배식시간은 11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에 끝난다. 5시간 동안 배식하는 동안 약 1,000명의 손님이 다녀가신다. 한꺼번에 하루치 요리를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서 2번 요리를 한다. 특히 오전조 봉사자와 오후 봉사자가 다르다 보니 식재료 양을 조절하기기 만만치 않다. 그래도 경험상 6:4 정도로 오후에 사용할 식재료를 남겨두는 것이 보이지 않는 룰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완전히 식재료 양조절에 실패했다. 20개의 오뚜기 카레(1kg, 약간 매운맛)는 오전에 이미 14개가 사용되었고 감자도 25kg 중에 20kg이 사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오전에는 '너무 되다'라는 피드백이 있었고 오후에는 '너무 묽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오후 중반이 지나서야 열심히 졸여낸 결과, '먹을만하다.'라는 평을 받았다. 역시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Nothing worth having comes easy)!'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사진] 위 (오늘의 요리), 아래 (퇴근길에 마주한 명동성당 앞마당)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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