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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답하다

참치 김치 볶음 덮밥 (명동 밥집)

by 소채

"다시 한번만 국을 휘휘 젓어 주실 수 있나요?"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기사가 조심스럽게 요청한다. 속으로는 아침부터 카메라를 들고 주방과 야외천막을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는 외부인들이 거추장스럽기는 했지만 싫은 내색 없이 리액션을 크게 해 본다. 큰 국자로 어묵탕에 담가서 크게 원을 그리기도 하고, 괜히 한 국자 퍼서 공중에서 자유낙하를 시켜보기도 한다.


국이 끓여지는 동안 야외 천막 주위에는 못 보던 스탠드 배너들이 설치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동원, 명동밥집, 필요에 답하다'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오늘은 몇 주 전부터 준비해돈 'Donwon's Day'이다. 동원그룹에서 식재료를 후원하고 명동밥집은 제공받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따고, 또 따고, 계속 딴다. 왼손으로 참치캔(1.88kg)을 부여잡고 오른손으로 캔 따개 오프너를 가장자리에 푹 찍고 손목을 위아래로 온 힘을 쏟아붓는다. 반복하는 동작으로 인해 오른손 팔 근육이 딱딱해지기는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요령이 생긴다. 몇 명의 봉사자들이 더 달려들어 총 45개의 대용량 참치캔을 분해해서 바트(큰 용기) 5군데(1개당 9캔)에 나눠서 담아둔다.


대형 볶음솥에 식용유를 붓고 대파를 살짝 볶아낸 후에 바트 2개(18캔 분량)를 쏟아붓고 잘게 썰은 숙성된 김치(5kg) 12 봉지도 털어 넣는다. 추가로 간장, 까나리액, 고추기름, 참기름, 설탕으로 간을 맞추고 푹 끓여 내는 동안 솥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커다란 나무 국자에 체중을 실어서 수시로 바닥을 긁어 준다. 잘 익은 참치 김치찜의 냄새가 사방에 퍼지면서 봉사자들의 침샘을 강타한다.


봉사자들의
침샘을 강타한다.




동원그룹이 식재료를 제공하기로 했으니 메뉴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내가 그 정도까지 할 실력은 안 되고, 요리 경력 40년 노하우를 갖고 계신 실장께서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그림까지 그려서 단톡방에 공유했다. '와우, 대박!!!' 무림의 고수에게 '슈슈슉' 하고 장풍을 받은 느낌이다. 확실히 한 분야의 전문가는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메인으로는 동원 참치 김치 볶음 덮밥, 주찬으로는 동원 통그릴 비엔나 볶음, 부찬으로는 동원 리챔구이 그리고 국으로는 동원 바른 어묵탕에 사이드로 동원 양반김과 동원 샘물로 구성되었다. 물론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에 동원 리챔구이는 동원 딤섬 하가우로 바뀌기는 했지만 대부분 현실로 구현되었다. 다행히도 손님들이 좋아하신다. 세상의 필요에 명동밥집과 동원이 답을 한 하루가 되었다.


세상의 필요에
명동밥집과 동원이
답을 한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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