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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소에서 육회를

육회비빔밥 (명동밥집)

by 소채

"오늘 메뉴가 뭐라고?" 아침에 출근한 봉사자가 반문한다. "육회 비빔밥 이라고요!"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했던 나이 지긋한 봉사자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눈치다. 허긴 5년 전 명동밥집이 운영되기 시작한 이래 새로 생긴 '신메뉴'이긴 하다. 대략 30가지의 국거리와 50가지의 반찬을 로테이션 형태로 메뉴를 정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기도 한다.


"오늘 메뉴가 뭐라고?"

물론 하루에 천명씩 방문하는 무료급식소라는 한계가 있다 보니 메뉴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제공받는 손님들 모두에게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가라아게(일본식 닭튀김), 멘보샤(새우튀김), 꿔바로우(찹쌀 탕수육), LA갈비등이 최근에 개발된 신메뉴이고 드디어 새로운 메뉴인 '육회 비빔밥'이 출시(?) 되었다.




커다란 배를 한 손으로 움켜잡고 '과도'로 껍질을 벗긴다. 오랜만에 배껍질을 벗기다 보니, 3개쯤 껍질제거를 한 후에는 과도를 잡은 손에 약간의 경련이 일어난다. 과도를 놓고 주방칼로 다시 시도해 보니 훨씬 수월하다. 한쪽에서는 껍질이 벗겨진 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커팅을 시작하고 최종적으로는 '채'로 만든다.


'배'로 만들어진 '채'는 육회비빔밥 위에 놓이는 고명으로 활용된다. 소고기의 느끼한 느낌을 시원하고 달달한 배로 발란스를 맞춰주는 것이다.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바트(中, 용기)에 담아 대형 냉장고 선반에 올려둔다. 추가적으로 비빔밥에 함께 올려질 야채 모둠(양상추, 청상추, 무순, 미나리)도 섞어서 커다란 비닐봉지(4개)에 담아둔다.




대형 냉장고에는 아침에 배송된 잘 손질된 육회(110kg)가 비닐에 싸인채 플라스틱 박스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조리 실장님으로부터 대략적인 조리법을 설명 듣고 머릿속으로 흐름을 숙지한다. '육회를 무침장에 무치고 바트에 담아내는 것' 까지가 조리실에서 우선 할 일이고 그다음은 배식대에서 야채, 배, 비빔장을 차례대로 넣어주면 된다.


'육회를 무침장에 무치고
바트에 담아내는 것'


무침장은 고추장 비빔장에 간장, 설탕, 매실청, 사이다, 맛술, 참깨, 참기름을 섞어서 만든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용기에 육회(10kg)를 넣고 무침장(4국자), 참기름, 쪽파를 넣고 잘 버무려서 두 개의 바트에 나누어 담는다. 잘 버물어진 육회 위에 참깨를 뿌려주고 대형 냉장고에 잠시 보관한다. 배식이 시작되고 배송을 담당하는 봉사자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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