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덮밥 (명동밥집)
살짝 얼어있는 바닷장어를 하나씩 떼어내어 오븐용 트레이에 지그재그로 펼쳐주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청주를 넣은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오븐에 넣고 쿠킹을 한다. 마지막 단계는 커팅(cutting) 이다. 조리실에서는 세 번째 단계를 수행하는 봉사자를 '칼잡이'라고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잘 익은 장어들은 바트(小, 용기)에 담기기가 무섭게 야외 천막식당으로 배송된다. 손님들의 무한리필 요청에 따라, 조리실의 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특히 칼잡이를 맡은 봉사자는 쉴 새 없이 장어를 컷팅하고 용기에 담아낸다. 오늘은 내가 칼잡이는 아니지만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다.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다.
친구들이 봉사활동에 함께했다. 학창 시절에 영어공부를 함께 하던 친구들이다. 시간상으로는 대략 30년을 옆에서 보아 온 오래된 친구들이다. 아직까지는 모두들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일요일 오후 봉사'로 어렵게 시간을 맞췄다. 봉사자 안내 문자에 따라 집합장소에 도착하고, '명동밥집'이라고 인쇄된 앞치마와 두건을 지급받고 '사전교육' 후에 바로 야외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늘 친구들의 미션은 '서빙'이다. 이곳은 손님들이 직접 줄을 서서 밥을 배식받지 않는다. 봉사자들이 1인용 개인 식탁에 식판을 배송하면 손님들은 음식이 놓인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서빙'을 맡은 봉사자들은 식당 매니저의 마이크 소리와 손가락 수에 집중하면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노련한 봉사자들은 잠깐씩 쉼터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쉬기도 하지만 초보 봉사자들은 하루종일 쉴세없이 바쁘다.
조리실 한쪽에서는 덮밥에 함께 올라갈 재료들을 준비한다. 깐양상추(12kg), 청상추(4kg), 무순(3kg), 적채(3kg)를 씻어서 야채샐러드를 소분 후 비닐봉지에 담아둔다. 대략 1 봉지에 2개 바트(大, 용기) 분량이 나온다. 11시 오픈 준비에 맞춰 4개 바트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봉지채로 대형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필요한 때마다 내어준다.
화구에는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이고 양조간장, 베트남 고추, 생강을 첨가하고 메추리알을 조려낸다. 평소보다 양조간장의 양을 늘렸더니 메추리알의 착색이 더 까마잡잡하게 이쁘게 나왔다. 팔팔 끓고 있는 메추리알을 뜰채로 4번 정도 바트(中, 용기)에 담아낸다.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줄 식초에 절인 생강채(20kg)는 별도의 바트(中, 용기)에 담아두고 장어를 쿠킹 할 때 나온 장어소스를 빨간색 소스통에 채우면 대략 마무리된다.
까마잡잡하게
이쁘게 나왔다.